기고

풍력발전 산업과 보급 향방

2023-06-29 11:00:43 게재
경남호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에너지센터장

풍력발전은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고성장 신산업 분야이며 자동차·조선산업 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이 분야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는 단순히 풍력발전 보급에만 치중하는 영국이나 대만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 반도체 기술처럼 풍력도 기술 강국이 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풍력발전 기술강국의 저력 갖춰

우리나라 최초의 풍력발전기는 30년 전 제주에 설치된 덴마크 V사 제품이었다. 당시 고장수리를 요청하니 2000여만원을 요구했다. 본체 회전용 모터 교체 건이어서 부품 대금은 약 30만~40만원에 불과한데 이런 황당한 요구를 받고 어이가 없었다.

V사의 횡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자체에서 지역에너지 사업으로 제품들을 들여왔는데 A/S를 잘 안해준다기에 덴마크 대사관에 항의하러 간 적도 있다. 그 V사가 현재 국내에서 계약 협의 중인 풍력발전기 가액이 1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20년 전 시험용 육상 풍력발전기 조성 과제를 맡았을 때 해외제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았다. 국내 기업인 H사에 계약 후 2년의 기간을 주었는데 H사는 국제 인증까지 받은 우수한 성능의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납품했다. 발전기도 20년 동안 거의 고장없이 운영됐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면 다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이 10여년 전에 풍력발전기를 개발하고도 보급로가 열리지 않아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고 사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공공주도 풍력단지는 국내 업체에 실적을 쌓을 수 있는 내수시장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민간에 의한 개발 여지도 남겨두어야 한다.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공공단지와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단지가 공존할 때 관련 산업의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발전이 촉진될 것이다.

다만 강원이나 경북의 육상풍력단지들처럼 해외자본이 주도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발전기 구매부터 모든 권한을 행사한 것도 모자라 우리의 풍력자원으로 운영하고 국가 보조금까지 주면서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이마저도 사업을 또 다른 해외펀드에 매각하고 떠나도록 내버려 둬야하는 것인가?

국산 발전기 배치로 기술개발 수요 창출

과거 일본 미쓰비시는 풍력 원천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꽤 견고하고 성능 좋은 풍력발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왜 이렇게 보급이 안되었느냐고 미쓰비시 직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답변은 바로 해외자본의 주도 때문이었고 그 해외자본이 자국 것만 사용하고 일본산은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외 기술을 도입하지 말고 쇄국정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 가난한 시대 해외차관과 미국 기술이 도입된 원자력발전도 정부는 발전소 소유와 운영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었다. 풍력발전소도 소유권은 확보하면서 운영 기술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주도 해상풍력은 국산 발전기를 배치해 기술개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이미 자동차 조선 건설 정보통신 전기계통 등 국내 기반 기술이 있다. 대한민국의 풍력기술이 글로벌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국내 일자리 제공과 수출로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