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심에 더 많은 공원이 필요한 이유

2023-07-17 11:07:20 게재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건축가 유현준은 '공간의 미래'에서 차는 모두 지하로, 지상은 모두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많은 변화 가운데 왜 공원을 늘려야한다는 것일까.

지금의 도시는 너무 삭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다. 저자는 우리나라에는 많은 녹지가 있지만 쉴 공간이 부족하니 평평한 선형 공원을 많이 만들자고 말한다. '도시다운 도시'다.

쉴 공간 부족한 서울 도심

서울시만 하더라도 시민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11.15㎡로 세계보건기구 1인당 권장 면적인 9㎡를 상회하지만 제대로 쉴 공간은 부족한 느낌이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 심리적인 안정과 만족감을 주기 위한 해법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기존 녹지공간으로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주변에는 녹지가 많다. 하천과 야산, 동네공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으로의 접근이 쉽도록 산책로 등 촘촘한 연결로를 구축하자. 질병관리청이 매년 발표하는 '지역사회건강통계'에서 노원구 주민의 걷기 실천율은 2017년 44.7%로 서울에서 최하위였지만 2020년부터는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녹지를 여가의 최적화된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주민들에게 심리적·신체적 만족감을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동네 공원을 소통의 공간으로 바꿔보자. 주변에는 어린이공원부터 큰 규모의 근린공원들이 많다. 하지만 오랜 동안 제대로 관리가 안되어 놀이기구가 노후하는 등 여건이 열악하다. 노원구가 시도한 '휴가든' 사업은 동네 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 여기게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도시가 만들어진 후 30여년 간 무관심했던 아파트 단지 내 27개의 근린공원에 라일락 수국 안개나무 등 나무와 꽃들을 심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했다. 무심히 지나치던 주민들이 오솔길의 꽃마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곳곳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여유롭다.

'휴가든' 사업 주민들에게 만족감 높여

필자가 지난 5년간 기존 녹지공간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공원에 특색을 입힌 결과 입소문을 탄 곳들이 많다.

불암산 자락에 무허가 음식점이 난립하던 곳은 철쭉동산과 한겨울에도 나비를 볼 수 있는 나비정원으로 사랑받고, 경춘선 숲길의 불빛정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코로나 이후 서울시민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야간 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중랑천과 당현천 산책로의 세계 특화화단, 불암산과 영축산 무장애 숲길도 주민들의 행복지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서울 도심 최초의 휴양림이 될 수락산 휴양림도 착공에 들어갔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벗어나 일상의 고단함을 녹이고 고요한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는 휴식의 장소,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제대로 호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길준은 '서유견문'에서 말했다. "정신이 피곤하고 기력이 나태해졌을 때, 공원에 들어가 한가한 걸음걸이로 소요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아름답고 고운 경치를 감상하면, 가슴이 맑아지고 심신이 상쾌하여 고달픈 모습이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주변에 공원이 없다면 도시는 숨쉬기도 힘든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언제든 집 밖을 나서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더 많은 공원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