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의 지방투자는 '의지' 아닌 '기회'의 문제다

2023-08-23 11:00:12 게재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

"우리 지역에 투자검토 중인 기업명단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석달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기업 10곳 중 3곳이 5년 내 지방 이전 또는 신·증설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주요 지자체들로부터 전화연락이 빗발쳤다. 20년 가까이 대한상의에 근무하며 여러 조사연구 자료를 냈지만 그토록 '뜨거운 전국적 반향(?)'은 처음이었다.

지방위기 이슈는 '심각'을 넘어 '절박'의 단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도권(52.8%, 2021년)과 비수도권(47.2%)의 비중 격차는 5.6%p까지 벌어졌고, 인구 역시 수도권 비중(50.2%, 2020년)이 비수도권(49.8%)을 앞질렀다. 정부는 2021년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40%에 달하는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으며,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2월 52%에 해당하는 118곳을 '소멸위험지역'으로 집계했다. 일터의 고령화도 급진전돼 대한상의 SG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강원도 등 주요 비수도권 지역의 취업자 중 5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지방위기 '심각' 넘어 '절박' 단계

지방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해법이 '기업 유치'라는 건 지자체와 정부 모두 알고 있다. 기업이 들어서면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기업에게 지방 이전과 신규 투자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기회의 문제'다. 거대 설비와 장비의 이전비용,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편의성, 인력공급과 물류 최적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편익이 비용을 웃도는 결론이 나야만 그 기회를 취하는 게 기업의 속성이자 본능이다.

기업들이 지난 5월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투자촉진법'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당 법안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지방이전 기업에게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규제특례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회발전특구 특례제도'를 도입해 지방정부가 기업의 지방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중앙정부에 신청 시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규제 적용이 면제된다. 또한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법인세와 재산세를 10년 간 100% 감면, 이후 10년 간 50% 감면해 준다.

연매출 5000억원 미만 기업들이 받는 가업상속 공제한도는 현행 최대 600억원에서 800억원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외에도 지방기업과 지방근로자에 대해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지방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을 상쇄시켜줄 정책적 인센티브들이다.

다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상속세 감면 대상 및 공제한도 확대, 양도차익과 관련된 법인세 부담 완화, 그리고 한국에만 있는 금산분리 규제의 예외 적용 등을 보완해 정책 실효성이 제고되길 바란다.

지방투자촉진법 입법이 '첫 단추'

기업의 지방투자 이슈를 파편적으로 바라보면 자칫 특혜시비와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이슈는 미래산업,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절벽, 더 나아가 경제안보 문제와 영향을 주고받는 어젠다인 만큼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모두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유관 부처, 여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방투자촉진법에 대한 발전적 논의와 입법을 통해 그 첫 단추가 꿰어지길 산업계는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