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도시들의 경쟁력과 혁신의 조건

2023-09-25 11:12:13 게재
이나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과거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며 국가 발전을 선도해왔지만 이제 도시의 양적 성장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총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개별 지자체들의 외부 인구 유입 정책은 지자체 간 인구 뺏기 경쟁, 즉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도시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최근의 도시경쟁력 담론은 도시의 매력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를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삶의 질, 회복력 등으로부터 찾고 있다. 도시경쟁력의 공식이 달라진 것이다. 즉 외부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내부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총체적 역량으로써 혁신역량이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원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도시의 혁신역량을 계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사업들이 추진되어왔다. 자원과 행정력을 동원해 도시의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일은 단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는 유효할 수 있으나 그 경쟁력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초기의 성공이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계적 공평에서 질적 평형으로 변화

경쟁력 선두권에 있는 수도권 도시들은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국가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유도정책을 요구한다. 그러나 20세기 제조업 시대에 마련된 도시계획 체계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과 같은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며 국내 도시들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최근 국토계획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제도 도입과 선도사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만의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도시 전체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혜안이 함께 필요할 것이다.

도시혁신은 대도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 도시에 더욱 절실하다. 다수의 지방도시가 현재 경제적 여건은 물론 미래성장 기반이 미흡한 가운데 인구유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적지 않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도시의 문제해결이 아직 요원한 것은 그간 기계적 공평(equality) 개념을 바탕으로 한 공급자 중심적 지원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질적인 형평(equity), 즉 지역의 서로 다른 매력과 특성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바탕으로 고유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차별화된 경쟁력 추구로의 관점변화가 요긴하다.

도시혁신, 도시경쟁력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잃지 않아야 할 원칙은 시민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시민들이 '우리가 이 변화의 주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도시의 힘은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시의 힘 '건물' 아닌 '사람'

이러한 관점에서 오는 9월 26일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개최하는 '제4회 대한민국도시포럼 - 대한민국 도시들의 경쟁력과 혁신의 조건'은 도시경쟁력 추구의 목적이 '경쟁'이 아닌 '상생'이 되는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