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안게임과 수출

2023-10-10 10:58:49 게재
이동기 코엑스 대표이사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와 중동에서 45개국이 참가해 올림픽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수출에서도 아시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8월 9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0대 중점 비즈니스 대상국 중 미국 독일을 제외한 8개국이 아시안게임 참가국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필자가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양국은 아세안 10개국 인구의 56%, GDP의 46%를 차지하며, 팬데믹 이후 5%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은 탈중국 글로벌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과 제조업 육성 정책(Making 4.0), 니켈 주석 등 핵심 전략 광물을 활용한 공급망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리스크도 크다. 베트남은 급격한 임금상승에 따른 인력난, 기업 간 경쟁 심화, 해외 및 현지 수요 부진 등으로 현지 진출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조코위 대통령이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나 최근 모든 수입품목에 대해 쿼터제를 시행하고, 식품 화장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비재에 할랄인증을 요구하는 등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도 높이고 있다.

수출에서 아시아 중요성 더욱 커질 전망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현지 진출 지원을 위해 수년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다양한 전시회들을 주최해왔다.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양국 시장에 대한 진출방안을 정리해봤다.

첫째,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해 명확한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다. 베트남은 우리의 6.25세대에 해당하는 1960~1970년대생, 한국의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1980년대생, 개방 후 풍요하게 자란 1990년대생, 2000년 MZ세대 등이 각각 다른 소비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평균 연령이 29.9세에 불과한데다, 은행계좌 보유 인구가 10% 미만인데도 대부분이 전자결제를 활용한다. 지역에 따라 소득수준과 최저임금도 다르다.

둘째, 현지 역사 문화 기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얼큰한 라면 국물을 선호하지만, 수돗물이 석회수인 베트남에서는 라면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KFC와 롯데리아는 닭고기에 집중하고, 덮밥 미역국 등 현지인들의 식성을 고려한 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셋째, 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베트남정부는 건국 100주년인 2045년까지 1인당 GDP 1만2000달러의 고소득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부품·소재산업 육성, 디지털 경제 비중 확대, 고급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제조업 육성 정책과 함께 수도 이전, 전기차 밸류체인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 투자보다는 정책변화에 대응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넷째, 수입규제나 인증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간 경제·통상협력 강화가 필요하며, 기업들도 현지 유통기업 이커머스기업, 자원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상대 국가와 상생·협력하는 자세 필요

페어플레이와 상호 존중의 태도를 갖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정신이다. 수출과 투자에 있어서도 상대 국가 및 현지 기업들과의 상생과 협력의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