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문제는 안보 아닌 경제

2023-10-17 10:55:52 게재
정원식 (사)항일여성독립운동연구소 연구소장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선제공격했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다음날 8일 전쟁을 선포했다.

이-팔 분쟁은 한마디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 근본 배경의 구도다. 즉 여기서 '굴러들어온 돌'은 제1차 유대-로마전쟁(AD.66~73)에서 패배한 유대인이 전세계로 흩어져 디아스포라를 형성했다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슬람 주민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 디아스포라를 의미한다. '박힌 돌'은 원래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 이슬람 아랍인들을 가리킨다. 이후 4차까지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오늘날까지 중동의 화약고가 되어왔다.

이번 분쟁은 규모와 성격면에서 이전과 다른 무력분쟁으로 인해 한반도 경제와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은 전쟁이 일어나자 아이젠하워항모을 즉각 파견했고, 이어서 이란과 헤즈볼라의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동지중해에 제럴드 R. 포드항모 전단을 2차로 파견했다.
이·팔 전쟁에 9·19합의 효력 정지 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미국 사회에서 유태인의 영향력이 큰 만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바이든의 재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이-팔 전쟁의 파편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많은 비판과 결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최대한 빨리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북한이 하마스식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이-팔 전쟁을 한반도 문제에 등치시켜 이익을 얻으려는 얕은 계획이다.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넘어 강력한 한미일 동맹이 북한을 압박해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강력하고 굳건한 미국-이스라엘의 동맹도 이번 비극을 막지 못했다.

중동지역에서 다른 아랍 국가들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과 핵무기까지 가진 이스라엘은 결코 평화를 얻지 못했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

정작 한반도에 큰 문제는 경제다. 이-팔 전쟁이 일어나자 국제유가는 4% 이상 급등했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대표기업 인텔은 전쟁 지역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 '팹28'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직원 1만2800명을 고용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직원수를 가진 민간기업이다.

이-팔 전쟁으로 인텔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와 국민안전 위해 지혜 모아야

이-팔 전쟁의 장기화는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경제둔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는 분명 악재가 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역사 이념논쟁이나 9.19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와 같은 시대에 역행하는 엉뚱한 문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