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국내 뇌사자 장기이식 선도적으로 이끌어

2023-12-05 11:27:20 게재

서울아산병원 이식프로그램 세계적 인정 … "숭고한 기증자와 가족, 의료진 합심의 결과"

장기이식은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 장기부전 환자들이 생명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선 의술, 나누는 사랑, 이식으로 새 삶과 꿈을'이라는 가치 하에 1991년 다장기 및 뇌사자 장기이식 체계를 갖춘 장기이식센터를 출범했다. 이곳에는 장기이식 전담간호사(코디네이터)와 각 장기별 이식팀, 사회복지팀, 협조팀, 공동연구팀이 속해 있으며, 장기 기증자 및 이식 수혜 대상자 상담부터 등록, 관리, 임상 장기이식 시행, 정보 제공, 홍보 활동, 실험 이식 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다 이식 증례 수와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5일 황 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은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병원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과 숭고한 희생을 감내하는 기증자와 가족, 그리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항상 연구하는 의료진이 합심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1992년 10월 9일 새벽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가장이 서울아산병원 서관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성공사례가 많지 않았던 간이식에 도전장을 내민 40대 젊은 외과의사는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23시간의 사투 끝에 뇌사자의 간이 환자에게 무사히 이식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죽음을 목전에 두었던 환자는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로, 간이식에 막 첫 발을 뗐던 외과의사는 세계 간이식의 표준 치료법을 만든 간이식 석학이 되어 서로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내게 30년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년을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내게 간이식에 전념할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40대 가장이 간이식 수술을 받고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이상 없이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상준 씨(72세, 남)는 1992년 10월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고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해 국내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가 됐다.

이 씨의 성공적인 수술과 회복은 뒤이은 많은 간이식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당시 미지의 분야였던 간이식에 거침없는 도전장을 내민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에게는 자신감의 바탕이자 간이식의 역사를 써내려간 원동력이 되었다. 이 씨와 그의 집도의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환자와 의사로 만나 30년간 동행하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간이식 최장기 생존자의 사례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92년 5월 국내 처음 뇌사자 다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에 성공해 국내 의료계에 뇌사자 장기이식의 초석을 마련했다. 같은 해 △국내 첫 췌장-신장 동시이식(7월) △간이식(8월) △국내 첫 심장이식(11월)을 성공시키며 국내 뇌사자 장기이식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밖에도 △국내 첫 생체 부분 간이식(1994년) △국내 첫 간-신장 동시 이식(1999년) △국내 첫 성인 간 분할 간이식(2003년) △국내 첫 심장-신장 동시이식(2005년) △국내 첫 신장-췌장 생체 부분 동시이식(2006년) △국내 첫 간-심장 동시이식(2007년) △국내 첫 소화기 7개 다장기 동시이식(2011년) △간-폐 동시이식(2012년) △국내 첫 간-심장-폐 동시이식(2015년) △국내 첫 생체 폐이식(2017년) 등을 성공하며 국내 장기이식 수준을 한층 높였다.

특히 1999년 시행한 변형우엽 생체 간이식과 2000년 2대 1 생체 간이식, 2003년 교환 간이식 등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처음 이룬 업적으로 전 세계 의료계의 관심을 받았다. 한편 각막이식, 골수이식을 활성화해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해왔으며, 최근에는 조직이식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각 이식팀의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2018년 6월 췌장이식 400례, 2020년 11월 심장이식 800례, 2022년 1월 폐이식 200례, 2022년 9월 간이식 8000례, 2022년 12월 신장이식 7000례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양적 결과뿐 아니라 각 장기별로 우수한 이식 생존율과 이식 성적, 꾸준한 연구와 실험으로 세계적인 이식센터로 자리를 굳혀 왔으며 이식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황 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서울아산병원은 의료진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합병증과 거부반응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고도화된 중환자 관리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의료진.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심장이식팀, 이식 대기 부담 줄이기에도 전력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은 이식 대기 문제 덜고 환자 삶의 질 향상 위해 심실 보조 장치 이식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심장이식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생사의 기로에 놓인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치료법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은 1992년 11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50세 여성 환자에게 국내 처음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 800명이 넘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사해왔다. 단연 국내 최다 기록이다.

심장이식 800례 중 심장근육이 늘어나고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이 원인인 환자들이 60%에 달했으며, 그밖에도 관상동맥질환에 인한 허혈성 심근병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등이 말기 심부전으로 이어진 환자들이 심장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선천성 심장질환에 의해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약 11%를 차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의 이식 후 생존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년 5년 10년 생존율은 각각 95% 86% 76%로 나타나 국제심폐이식학회의 81% 69% 52%(10년)를 크게 앞서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심장이식 기관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심장이식은 높은 수술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뇌사자 기증만으로 이뤄진다. 한정된 기증자나 기증된 심장의 상태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으로 인해 심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은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장이식 대기가 길어지면 말기 심장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기계 순환 장치로 생명을 유지할 수도 있고, 대기가 더 길어지면 다른 장기의 기능 저하 및 전신상태 악화로 심장이식 후 결과가 나쁘거나 때로는 심장이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은 이식 대기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자 '심실 보조 장치(인공심장)' 이식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좌심실 보조 장치(LVAD)는 심장기능이 약해져 온 몸으로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없는 심부전 환자의 좌심실에 펌프를 이식해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심장이식 대기자들이 심장이식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심장이식을 받을 수 없는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는 영구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은 2015년 6월 3세대 LVAD를 국내 처음 시행한 후 꾸준히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LVAD를 착용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80% 정도인데 서울아산병원은 85%로 심장이식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대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 교수(심장내과)는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은 이식 대기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고 이식 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식 전 심실 보조 장치 수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팀이 800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신장이식팀, 거부반응 줄이는 치료법 꾸준히 개발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국내 신장이식 5건 중 1건 시행을 한다. 이식 전후 거부반응 줄이고자 치료법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신장이식은 신장 기능이 망가져 평생 투석치료를 받아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지금까지 7000번 넘는 신장이식을 시행하며 말기 신부전 환자들에게 장기 생존과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해왔다. 1990년 뇌사자 신장이식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생체 신장이식 5460건, 뇌사자 신장이식 1540건을 실시했다. 국내 전체 신장이식 5건 중 1건을 도맡아 시행하고 있다. 신장이식을 받은 7000명의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이식받은 신장은 10년째 90%, 20년째 70%의 환자에서 기능이 잘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이 15% 정도 포함돼 있음에도 높은 안전성과 성공률을 보인 것이다.

특히 ABO 혈액형 부적합 또는 교차반응 양성 등 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에게도 신장이식을 안전하게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ABO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1000례를 달성했다. 생존율도 혈액형 적합 신장이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신과 다른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혈장교환술로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항체 생성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에 대한 억제제 주입 등을 통해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탈감작 치료법을 꾸준히 개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로봇 신장이식 1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신장이식은 정교한 미세문합 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수술로, 로봇을 이용하면 최대 10배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로봇기구의 자유로운 관절 운동을 통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기존의 개복 신장이식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은 개복 신장이식을 시행할 때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상처를 최소화해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 환자들은 일주일 정도 회복 기간을 거쳐 퇴원하고 있다.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 교수(신·췌장이식외과)는 "신장이식 전후로 예상되는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치료법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 덕분에 높은 수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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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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