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섬유화, 코로나 합병증 환자에 새 삶

2023-12-05 11:27:20 게재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현재까지 250례 이상의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며 산소 보조나 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어려운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왔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200번째 폐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수술 경험을 늘려왔다. 2019년부터는 매년 30건 이상의 수술을 시행하며 국내 폐이식 환자 4명 중 1명의 폐이식 수술을 담당하고 있다.

폐이식의 원인 질환으로는 폐가 딱딱해지면서 폐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한 폐 손상을 입은 환자 13명과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환자 10명도 포함돼있다.

지난 2017년에는 특발성폐고혈압으로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스무 살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은 사례도 있었다. 국내 최초로 시행된 생체 폐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게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기도 했다.

이식 후 높은 생존율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은 200명의 환자 중 약 70%는 인공심폐기(에크모)나 기계적 환기 장치를 오래 유지한 중증 환자였음에도 1년 생존율 80%, 3년 생존율 71%, 5년 생존율 68%, 7년 생존율 60%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1년 생존율 85%, 3년 생존율 67%, 5년 생존율 61%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폐이식 생존율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만의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폐는 심장이나 간, 신장 등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길 뿐 아니라 호흡 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 크다. 이식 거부반응마저 심해 이식 후 생존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폐이식 환자를 중심으로 심장혈관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센터,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 모든 의료진이 하나의 팀을 이뤄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시행해 수술 후 출혈이나 합병증을 크게 줄여왔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는 "간이나 심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던 폐이식 생존율이 이식 환자 3명 중 2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크게 향상됐다. 앞으로도 폐이식팀의 탄탄한 팀워크와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이 새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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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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