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은 산업인가 예술인가

2023-12-12 11:07:16 게재
유재득 한국건축가협회 이사, 건축사

누군가 건축은 산업인가 예술인가라고 묻는다면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법에서 건축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건축기본법에서는 건축을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건축디자인은 품격과 품질이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환경의 조성으로 건축의 공공성 실현을 위해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기획ㆍ설계하고 개선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는 '건축서비스산업'이란 건축서비스 활동을 통해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때 우리나라 건축 관련 법령은 건축 및 관련 서비스의 산업적 측면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건축생산자 중심의 하드웨어적 특징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건축가연맹(UIA)에서는 건축을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예술이자 과학으로서 인간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위해 인간 생활환경 개선, 문화유산 보존 및 창조, 경제적 가치창출,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상호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령, 하드웨어적 특징 강조

프랑스 건축법 제1조는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라고 선언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유럽의 건축문화 강대국은 건축산업의 양적인 성장에서 건축예술의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해 건축의 예술적 측면을 국가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핵심으로 보고 추진해왔다. 건축 선진국들은 건축의 소프트웨어적 측면 즉 예술적 가치를 국가 문화예술정책의 주요 핵심으로 보고 진흥시켜 왔다. 이러한 정책적 결실은 최근 전세계, 특히 한국의 주요한 건축설계 현상공모에서 유럽의 건축설계 회사(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들의 당선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건축계를 중심으로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축은 산업·기술적 측면과 문화·예술적 측면을 동시에 가진 공공성이 강한 분야이다. 따라서 건축은 산업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은 이제까지 산업·기술적인 측면의 양적 성장이 강조되어 왔던 반면 문화·예술적인 측면은 소외 또는 약화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건축의 산업·기술적인 측면의 기반 속에서 문화·예술적인 측면을 강화시키고 급변하는 건축환경 및 건축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은 공급자 중심의 건축산업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의 보완과 현행 건축법령이 다룰 수 없는 영역 즉,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건축' 등과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통해 향후 건축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예술진흥법 제정 목소리 커져

'건축, 문화를 이끌다'라는 주제로 최근 개최된 2023년 건축의 날 행사에서 '문화예술인으로서의 건축인 선언'을 한국건축단체연합이 함께 약속한 바 있다. 건축은 산업의 기반 속에서 건축예술로 '문화를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건축예술진흥법 제정으로 우리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건축의 창의적 힘을 통해 보다 진일보한 미래와 도시를 만들어가는 토대를 만들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