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현장의 역동성 제고를 위한 제언

2023-12-18 11:47:49 게재
이대영 한국교과서협회 이사장

'교권추락'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교사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교사 인기가 하락, 교사 부족 사태를 겪는 일본을 보는 듯하다. 윤석열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등 거시적 교육정책도 시대정신이지만 학교 현장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것 또한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병들어가고 있는 우리 교단

보직교사·담임교사 기피, 생활지도·민원업무 기피 등은 우리 교단이 병들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현장 교사들은 무기력 무사안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참담함을 얘기한다. 학교장은 학교 교육활동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수단과 동인 부재를 토로한다. 실제로 학급담임, 보직교사, 생활지도 업무 등 어렵고 힘든 업무를 교사에게 배정할 수단과 동인이 부족하다. 정규교사가 맡아서 수행해 주어야 할 업무가 기피 업무로 인식되면서 그 자리를 기간제 교사가 떠맡는 사례가 또한 부지기수다.

학교 현장에 이러한 분위기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우선, 교원 승진제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승진하면 보수인상(퇴직 후 연금인상)·권한확대 및 조직구성원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등 명예도 수반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일호봉제 탓에 승진제도의 순기능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장의 권한 행사가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 교사들은 학교장을 기관장으로 보기보다 자신들과 같은 교원이라고 인식한다. 보수는 교사에서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더라도 평교사와 같다. 승진해도 보수가 인상되는 효과가 없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교장공모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당초의 목적인 단위 학교의 자율성 강화, 교장의 책임 경영, 교직 사회의 활력 제고 등이 아닌 정치적 이용 또는 다음 보직을 위한 디딤돌 역할로 전락했다. 특히 전문직이나 교감을 거치지 않아도 평교사에서 바로 교장이 될 수 있으므로 '쉽게 교장 되는 기회' 정도로 여겨진다.

교원 승진제도와 보수체계 개편해야

선생님 개개인의 사기를 올려주고, 제대로 일하는 교사가 우대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원 승진제도를 다른 조직의 승진 개념과 같이 보수 인상, 권한 확대, 인정과 명예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특히 승진제도와 보수체계가 연계되도록 함으로써 일정 호봉 이상의 교감이 교장으로 임용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전문직도 각 직급별로 호봉을 부여하며 일정 호봉의 장학관은 각 시·도교육청의 부교육감으로 보임되는 길을 터줘야 한다.

둘째, 담임교사·보직교사 수당을 개편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업무를 수행한 교원에게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 단기적으로는 수당을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장기적으로는 단위 학교 교원성과금 총액을 담임과 보직교사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교원 민원대책반을 상시 운영하고, 학부모 상담과 진학 지원센터의 운영도 맡아주어야 한다.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여러 혁신 정책도 교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변화 자체가 발전은 아니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