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마 연방대법원에 달렸다

2024-01-08 10:34:28 게재

이르면 2월 중에 판결할 듯 … 워싱턴 포스트 3가지 판결 시나리오 거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내란개입혐의로 출마자격을 박탈하려는 시도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이르면 2월 중에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그 판결에 따라 2024년 백악관행 레이스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제기한 상고를 받아들여 다루기로 결정했다. 오는 2월 8일 양측의 구두주장, 변론을 듣겠다고 공지해 심리에 착수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뉴턴의 디모인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한 뒤 군중 속에서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사관학교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연방대법원은 이르면 2월 중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콜로라도와 메인주는 3월 5일 16개주 동시경선이 벌어지는 슈퍼 화요일에 공화당 경선을 실시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판결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점거사태에 따른 내란개입 혐의로 수정헌법 14조 3항에 의거해 공직출마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이름을 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미시간과 미네소타 주 대법원들은 트럼프 이름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반된 판결을 내놓았다. 행정부 차원에서는 메인주 주정무장관이 같은 사유로 경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이름을 빼기로 결정한 반면 캘리포니아 주정무장관은 이름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결국 엇갈린 각주의 사법부 판결이나 주정부 결정이 잇따르고 트럼프 측의 제소나 상고가 이어지자 연방대법원이 이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연방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은 물론 2024년 백악관행 레이스 자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여 시선이 집중된다.

◆트럼프 내란개입 혐의 유죄평결 나와야 자격박탈 =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국 법조계 인사들의 예측을 종합해 연방대법원이 내릴 가능성이 있는 4대 판결 시나리오를 4일 보도했다. WP는 6가지 경우를 내놓았으나 같은 맥락인 경우를 합하면 3대 시나리오다.

첫째 가장 인기있는 이론으로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 3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직자격박탈 사유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점거 사태에 따른 내란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는 게 먼저라고 판결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텍사스대학 스티브 블라덱 법대교수는 "수정헌법 14조 3항에 명시된 내란과 반역의 경우 공직출마를 금지시키고 있는 만큼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대통령이 내란개입 혐의로 유죄평결을 먼저 받아야 자격박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만약 연방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면 3월 4일 시작하는 의사당 점거사태에 대한 재판이 속도를 내고 연방대배심의 평결을 서두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자격박탈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리 중에는 트럼프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뺄 수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공화당 주요 경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해진다.

◆경선에선 이름 제외 허용, 본선에서는 제외 금지 = 둘째 2000년 대선과 같은 심각한 파장과 결과를 제한하기 위해 각주의 경선에선 트럼프 이름 제외나 유지를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11월 본선에서는 트럼프를 빼지 못하도록 판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은 2012년 연방항소법원 판사시절, 각주들의 적법한 후보 이름 제외는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어 이번에도 콜로라도 주대법원과 메인주정부의 결정을 인정해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WP는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자격박탈을 인정할 것으로 내다보는 헌법학자들도 공화당 경선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대법원이 이런 방식을 채택한다면 영향과 파문이 약할 공화당 경선에서는 유죄 확정전이라는 이유로 각주에서 트럼프 이름을 빼는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고 엄청난 후폭풍이 분명한 11월 본선에서는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한 트럼프 이름을 빼지 못하도록 금지해 윈윈하는 결과를 노리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보수파 대법관 트럼프 자격박탈에 가세할 수도 = 셋째 트럼프 전대통령의 이름을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에서 빼기로 한 콜로라도 주 대법원과 메인주 정부의 결정을 연방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보수진영의 교과서 같은 분석을 내놓은 윌리엄 보드 시카고대 법대 교수와 마이클 스톡스 폴슨 세인트 토마스대 교수는 "이들 두 지역의 트럼프 이름 제외 결정이 법적으로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라며 연방대법원이 이들 두지역의 결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6, 진보 3으로 확고한 보수우위 구도이지만 보수파 대법관 6명 중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라렌스 토마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등 3명은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에 의해 지명돼 반트럼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때 지명된 보수파 3명 중에서 2명 이상이 트럼프가 없어야 공화, 보수진영이 진전된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5대 4의 판결로 트럼프 출마 자격박탈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WP는 지적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