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력, 북 무기수출에 새 기회"

2024-01-19 10:35:46 게재

WSJ "러의 북 미사일 사용, 잠재 구매자에 메시지" … 백악관 "북 위협 극적 변화"

최근 활발해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동북아지역에서 북한의 위협 성격을 극적으로 높이는 것은 물론, 북한의 무기수출 길을 넓혀주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블라고베시첸스크 시에서 약 200㎞ 떨어진 치올코프스키 시 외곽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 도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산 탄도미사일을 사용한 점을 거론하며 이것이 북한의 무기 수출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러시아에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과 복수의 발사대를 제공했으며, 러시아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6일에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집된 미사일 파편을 분석한 결과 미 당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테큼스)를 공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이들 탄도미사일의 발사 시험을 여러차례 해왔지만, 서방 방공망을 상대로 실전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북한의 무기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 거래 위험이 커진 데다 전통 수입국이었던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이 값비싼 미사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주춤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린 우크라이나전에서 북한산 무기의 성능이 노출된 게 북한 김정은 정권에 새로운 무기 수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WSJ는 전했다.

세계 곳곳에 군사무장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으로는 무기를 구입할 수 없는 국가나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산 무기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토비 달튼 핵정책프로그램 국장은 "북한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런 (미사일) 시스템에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이는 캐시카우(외화벌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다랴 돌지코바 연구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산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북한산 무기구매를 망설이는 잠재 구매자들에게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경을 통할 경우 거래가 차단될 가능성이 작고 유엔 제재에 직면할 위험도 낮다는 메시지를 러시아가 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주장일 뿐 증거가 없다며 무기 거래를 부인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는 탄력을 받고 있는 북러 군사협력이 향후 10년간 동북아 내 북한의 위협 수준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라나이 바디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 국장은 18일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군사 분야 협력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면서 "나는 이 협력의 결과로 이 지역 내 위협으로서 북한의 성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작년 한미간 확장억제 논의 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하지 않았고, 단지 북한 자체의 (핵무력) 진전만을 기초로 삼았다"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으로 지목했다. 북러 군사협력이 한미 확장억제 협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음을 시사한 것이다.

바디 국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우리가 공유하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목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향한 목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핵화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에 직면해 우리의 연합된 확장억제 태세를 최대한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계속 한국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