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부흥기회로 삼으려는 아세안

2024-01-19 10:40:44 게재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전략 집중 분석 … 아세안 인태전략 핵심기조는 자신과의 협력 증진

정해문 전 태국 대사

아세안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 : AOIP)' 이라고 일컫는다. AOIP는 2019년 6월 태국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시 방콕 개최 제34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채택되었다.

AOIP는 미국 일본 인도 등 역내 주요국들의 다양한 인-태 구상에 대한 아세안의 대응이자 아세안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AOIP는 또한 두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다른 지역 협의체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협력 잠재력을 인정한다. 아세안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교차하는 광활한 해양을 차지하며 두 해양의 전략적 요충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까지 아세안 포함 한국 미국 일본 인도 영국 독일 프랑스 EU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10개 나라와 2개의 지역협력기구가 독자적 인-태 전략을 발표했다.

◆아세안의 지정학적 가치 최대 활용 = 각국은 인태전략 핵심 기조를 아세안과의 협력 증진에 두고 있다. 그만큼 아세안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아세안은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작년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인태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관련 사업을 이행하는데 시동을 걸고 있으며 인.태 전략 파트너 국가들과 실질적인 협업에 가속 페달을 밝고 있다.

(왼쪽부터) 필리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태국 사란 차런수완 사무차관, 베트남 팜 민 친 총리,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라오스 소넥사이 십판돈 총리,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총리,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동티모르 자나나 구스마오 총리가 작년 9월 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열린 아세안-인도-태평양 포럼(AIPF) 개회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를 위해 재작년 프놈펜 개최 제40회 아세안 정상회의는 AOIP의 4개 핵심 분야(해양 협력, 연계성, UN 지속가능한 개발목표2030 및 경제협력) 협력을 '주류화'하기로 결정하고 동시에 이 분야에 대화 상대국들의 관여 확대를 환영하는 정상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화 상대국들은 작년 9월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된 아세안과의 양자 정상회의 의장 성명에서 AOIP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였으며, 한국 미국 중국 등 대화 상대국들은 아세안과 AOIP 협력에 대한 별도 양자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상호간에 더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다짐한 바 있다.

◆주변국의 아세안 인태전략 지지 끌어내 = 일본의 경우, 2020 AOIP 협력에 관한 일-아세안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2023년 12월 17일 도쿄 개최 일-아세안 우호협력 5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 계기 채택된 공동 비전 성명에서 양측 간 AOIP 이행에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협의하였다.

또한, 작년 9월 7일 자카르타 개최 동아시아 정상회의 의장 성명에서도 참가국들은 AOIP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작년 9월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와 병행하여 9월 5~6일간 '아세안-인도-태평양 포럼'(ASEAN-Indo-Pacific Forum: AIPF)을 개최하였으며, 동 포럼을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기간 대표 사업으로 부각하였다. 이는 AOIP의 구체적 사업으로는 최초의 사례이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정도로 인도네시아가 동 행사의 성공을 위하여 열정을 쏟아 붓고 공을 들이며 전력투구 한 점이 이목을 끌었다. AIPF는 안보 협력에 초점을 맞춘 데서 구체적인 경제협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인프라와 공급망 복원력, 디지털화와 창조산업, 펀딩 소스 등 세 가지 분야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

◆지역의 평화, 자유 및 번영 유지에 기여 = AOIP는 핵심 요소, 목표, 원칙 및 우선 협력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핵심 요소로는 (1)인도-태평양을 아세안이 중심적.전략적 역할을 하는 긴밀하게 통합되고 상호 연결된 지역이라는 점 (2)인도-태평양 지역이 경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무대라는 점 (3)인도-태평양 지역이 모두를 위한 발전과 번영의 공간이라는 점 (4)해양 영역과 진화하는 지역 구도에 대한 시각의 중요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목표로는 (1)지역 내 협력을 이끄는 관점을 제공하고 (2)역내 공동의 도전에 대처하고 규범에 기반한 지역 구도를 뒷받침 하는데 있어서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여건의 활성화를 지원하며 (3)아세안 공동체 건설 과정을 고양시키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기존 아세안 주도의 메카니즘을 더욱 강화하고 (4)동아시아정상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 확대아세안해양포럼 및 '아세안+1'과 같은 협력 메카니즘을 포함한 아세안 주도 메카니즘을 보다 강화하고 최적화 하는 것을 염두에 두며 (5)동시에 지역의 평화, 자유 및 번영 유지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윈윈 협력 위한 모멘텀 창출에 기여 = 셋째, 원칙으로는 (1)아세안 중심성,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유엔헌장 및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 존중, 아세안헌장, 상호 호혜관계를 위한 EAS 원칙 등에 기반하며 (2)지난 40년 이상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동남아우호협력조약(TAC)의 긍정적 기여를 인정하며 TAC에 포함된 목적과 원칙에 따라 미래로 나아갈 것이며 (3)지역 내 전략적이고 윈-윈(win-win)협력을 구축하기 위한 모멘텀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넷째, AOIP 핵심 요소를 실현하기 위한 4개 우선순위 협력분야로는 (1)해양 협력: 해양 분쟁,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 개발 및 해양 오염 문제 등을 포함하며, (2)연계성: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 환인도양연합, 벵골만경제기술협력체, 메콩경제협력전략을 포함한 메콩협력체계 등 하부지역 체계와의 잠재적 시너지 발굴을 추진하며, (3)UN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2030 실현 기여: 유엔 SDGs는 아세안 공동체가 추구하는 방향 및 EAS의 비전과 맥을 같이 하며 AOIP는 SDGs 목표 실현을 통해 글로벌 공동체 구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며 (4)경제협력 및 기타 분야 협력: 디지털 경제,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 촉진, 기후변화 및 재난 위험 경감.관리, 활동적인 노화(active ageing), 4차산업혁명 준비 협력 등을 포함한다.

◆한미일 3국, 아세안과 협력강화 공감 = 한편, 한-아세안, 미-아세안이 각각 작년 9월 6일 발표한 AOIP 협력 정상 별도 공동성명과 작년 12월 17일 일-아세안 우호협력 5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 계기 채택된 공동 비전성명은 일련의 핵심 목표, 원칙, 전략과 사업을 공유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우선 (1)한.미.일 3국과 아세안은 AOIP의 목표와 원칙을 재확인하였으며 (2)아세안 중심의 지역구도 하에서 개방성, 투명성 및 포용성이라는 핵심 원칙을 강화하기로 하고 (3)아세안이 추구하는 AOIP의 주류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4)AOIP의 4가지 우선순위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데 공감하였다.

한.미.일 3국의 인-태 전략과 AOIP 간 시너지 제고 노력은 양자 차원뿐만 아니라 4자 차원에서도 본격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작년 8월 발표된 한.미.일 3국 정상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은 아세안과의 협력 증진에 상당한 비중을 부여하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이 아세안과 4자 공동 사업의 길을 여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아세안 연대, 52개사업으로 이어져 = 우리의 인-태 전략의 한가운데 아세안이 자리 잡고 있다. 한-아세안 연대구상(KA SI)은 우리의 인-태 전략 이행에 있어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반영한다. 아세안은 AOIP 이행에 있어서 한국의 협력과 역할을 중시한다. 그만큼 KASI 이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맞장구치듯 2023년 9월 한-아세안 정상 별도 공동성명은 AOIP와 한국의 인-태 전략이 역내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는데 있어서 기본 원칙을 공유하며 한국의 인-태 전략은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및 번영에 대한 한국의 공약을 과시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여기에 호응하여 윤석렬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과 한국의 인-태 전략은 정확히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각자의 인태 전략이 갖고 있는 동일한 지향점 및 원칙 등 상호 유사성을 십분 활용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은 우리의 인태 전략 3대 비전과 연계된 KASI 8개 중점 추진 과제를 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AOIP의 주류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AOIP의 4가지 우선순위 분야 협력 강화를 포함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인-태전략 1주년 계기 발표한 범정부 이헹 계획은 9대 중점 추진 과제와 52개 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행 계획 수립 과정에 아세안을 비롯한 협력 대상국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큼, 실제 사업 이행에 있어서도 긴밀한 조율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