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양자·다자대결 모두 앞선다

2024-01-26 10:37:57 게재

바이든과 가상 대결서 6% 포인트 앞서 … 미국민들 전현직 재대결에 부정적

올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전현직 대통령 리턴매치가 될 공산이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가상 대결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양자 및 다자 가상대결에서 각각 6% 포인트 차이로 바이든에 앞섰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두 후보. 왼쪽은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오른쪽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 AP=연합뉴스


로이터·입소스가 지난 22∼24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1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오차범위 ±3%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0% 대 34%로 6% 포인트로 우세를 보였다. 6% 포인트는 오차범위에 걸쳐 있는 격차다. 또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해 제3후보군을 포함한 가상 다자 대결 조사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36%의 지지를 받아 30%를 받은 바이든에 역시 6%포인트 앞섰다. 케네디 후보는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치러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대의원 배정 없이 비공식으로 진행된 민주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후보 등록을 안해 유권자들이 직접 이름을 써넣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렀음에도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민주당 대선 후보는 바이든,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야당인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인단수 306대 232로 현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승리했다.

하지만 바이든과 트럼프 재대결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 응답자의 67%는 '같은 후보를 다시 보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며,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민주당원 응답자의 약 절반과 전체 응답자의 70%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안 된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또 공화당원 응답자의 약 3분의 1,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5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양 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에 대한 피로감과 거부감의 중요한 원인은 나이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공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견해에 전체 응답자의 4분의 3이 동의했고,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이 같은 답을 했다.

당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원의 과반, 공화당원의 3분의 1이 각각 바이든과 트럼프의 고령을 문제로 봤다. 그럼에도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시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18%에 머물렀다. 마음에 들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후보가 없어서 마지못해 현재 후보를 지지하는 양상이다.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원칙적 태도를 견지했다. 공화당 응답자의 55%는 4건의 형사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면 유죄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공화당 응답자의 80%는 '정적'들이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 사법 시스템을 남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찍을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바이든 지지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답한 사람 중 39%가 '바이든에 대한 반대'를 트럼프 지지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치분석사이트 538(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수를 의미함)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는 수개월째 50%를 넘기고 있다.

유권자들 정서가 이렇게 흘러가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은 조금이라도 '덜 싫은' 후보가 되기 위한 비호감 경쟁에 나서서 상대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WP는 민주당 전략가들은 현재 미국인들이 점점 더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아닌 싫어하는 후보에 반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네거티브전략에 더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공화당 경선 관련 문항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전국적으로 64% 대 19%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정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