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니케이 옵션 투자손실 손배 책임

2024-02-01 00:00:00 게재

법원 “투자자 보호가 우선”

KB증권이 800억원대 니케이255 옵션 투자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정준영 부장판사)는 KB증권이 위너스자산운용(위너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원고 승소였다.

재판부는 증권사가 실행한 반대매매를 불법행위로 판단했다. 금융투자협회의 표준약관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투자자이익을 침해했는데도 이를 근거로 반대매매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이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투자 한 후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팔아치우는 매매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반면 표준 약관은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 마진콜 없이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중개업자의 이익이 투자자 이익보다 우선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선택권과 이익은 침해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 표준약관은 자본시장법에 위반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KB증권의 반대매매는 그 자체로도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2월 발생한 800억원대 해외파생상품 투자손실에서 시작됐다. 당시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 증권시장이 급락하며 변동성이 극심했다. KB증권은 일본 오사카거래소 야간장에서 니케이255 지수 옵션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의 KB증권 계좌상 평가손실이 확대되자 반대매매를 실행했다.

반대매매를 당한 투자자 중에는 위너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와 개인투자자들, 법인투자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KB증권의 반대매매에 따라 투자자들은 하룻밤 사이에 보유하고 있던 옵션계약 전부가 청산되며 8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법무법인 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금융계와 법조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며 “금융투자협회 등이 자율적으로 만든 표준약관의 효력이 부정됨으로써 투자중개업자의 위법한 반대매매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원호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