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사상최대로 줄었는데 해외여행·직구는 급증
작년 내수 1.4% 감소, 20년 만에 최대폭
국외소비지출은 매 분기마다 80%대 증가
해외여행객 팬데믹 직전 70% 수준 회복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해 내수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가 풀리면서 억눌렸던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었다. 해외 직구 플랫폼 이용객도 대폭 증가했다.
1일 통계청의 ‘2023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불변지수)는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물가상승률(작년 3.5%)을 고려하면 사실상 5%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국내소비 하향 추세 =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0.2%)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와 의복 등 준내구재(-2.6%)에서 판매가 줄었다. 국내 서비스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생산은 0.3% 증가에 그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국내소비지출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분기에는 8.8%가 늘었지만 2분기 4.2%, 3분기 2.6%로 내려앉았다. 내구재 소비지출 증가율도 작년 1분기 0.6%, 2분기 2.9%, 3분기 0.2%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준내구재는 9.0%에서 2.6%, -1.1%로 감소전환했고, 비내구재도 4.8%, 1.0%, 0.4%로 줄었다.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소비도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분기 12.0% 증가해 정점을 찍은 뒤 6.0%, 4.5%로 줄어드는 추세다.
◆해외소비는 오름세 이어가 = 반면 해외소비는 작년 한해 오름세를 보였다. 국내거주자의 해외소비를 의미하는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지난 2022년 4분기 82.0%로 80%대에 처음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 1분기 85.9%, 2분기 85.1%, 3분기 80.8%로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같은 추세는 관광객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관공사 통계를 보면 해외여행 내국인 수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21년 122만2000명으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2030만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2871만4000명) 대비 70%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179만3000명에 그치며 2019년의(602만3000명) 30.0%에 그쳤다.
해외에서 재화를 구매하는 해외직접구매도 늘고 있다. 통계청 ‘2023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 및 3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 동향’을 보면 지난해 3분기 해외 직구 금액은 전년보다 24.8% 늘어난 1조6300억원에 달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저가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중국이 106.4%, 엔저 현상을 바탕으로 일본이 4.1% 증가했다.
◆고물가에 추세 이어질 듯 = 하지만 올해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9일부터 12일까지 예정된 설 연휴기간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설 명절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전한 국내 고물가 상황으로 해외직구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 해외여행 여건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눌렸던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물가 상황인 국내 대신 일본 등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거나 환율이 좋은 국가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은 “연초 부진했던 제조업 생산이 3분기 연속 증가해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설비투자도 지난달 큰 폭 개선고 있지만 민간소비는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와 건설수주 부진 등도 하방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성홍식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