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고등학교 졸업시즌과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2024-02-08 13:00:01 게재

김진관 노무법인 위너스(인천) 대표노무사

곧 2024년 졸업시즌이 다가온다. 필자는 25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졸업 전 잠시나마 인생의 첫 노동을 경험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음식점에서 서빙과 주방을 정리했고 생각보다 일이 쉽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다만 시급을 어떻게 받았는지 그리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급은 정말 생경했고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당시 필자를 고용한 사장님이 나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필자가 짧게나마 경험한 첫 노동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보다 더 어린 나이에 또는 비슷한 나이에 첫 노동을 시작했거나 시작하려는 청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누군가는 학업을 이어가면서, 또 누군가는 생업의 전선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직장을 구하고 노동을 제공할 것이다.

청소년 첫 노동, 근기법 미준수 다수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46.6%다. 또한 20대 취업자 수는 381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청소년(중·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 경험률은 6.7%로 2016년 이후 지속 감소하다가 처음 증가로 전환돼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근로 청소년에 대한 부당처우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30.2%, 사회보험 미가입 8.4%, 과도한 초과근무 6.4% 순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만 13~24세 일하는 청소년 중 업무 중 손님으로부터 욕설 폭언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응답한 경우도 15.2%에 달했다.

필자 역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와 같이 두 세대가 지난 2024년 현재도 청소년의 노동 시작에는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국가를 시작으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와 같은 부당처우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동을 시작하기 전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와 노동을 공급받는 자의 의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어려서부터 청소년 시기 노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규과정을 편성해 상당 기간 실제적인 노동교육을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교육을 통해 ‘노동3권’, ‘근로기준법’ 등은 일부 배울 수 있지만 기초적인 지식에 머무를 뿐이다. 청소년 시기 노동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중·고교 정규과정에 노동인권 담아야

실제 대부분의 사람이 근로자로 살아가면서도 정작 ‘노동’ ‘근로’라는 표현에 관해 설명하기 어렵다거나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 노동조합에 대해서 역시 일부 극단적인 사례만을 들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행사에 따른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중·고등학교 정규과정에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교과목을 필수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각자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 청소년 노동인권과 아르바이트하기 전 챙겨야 할 사항, 노동조합에 대한 이해, 권리침해 시 대응을 위한 지식 등을 미리 습득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결국 노동인권 존중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근로자이고 또 사장님이며 각자의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즉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청소년 시기 실질적인 노동교육이 이뤄지고 근로자와 사용자 각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현재도 꾸준히 발생하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사례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단언한다.

졸업을 앞둔 청소년들 그리고 졸업 전 이미 노동시장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좋은 경험을 통해 노동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