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구연우

2024-02-29 09:14:49 게재

사회적 약자 향한 따뜻한 관심 복지 정책에 닿다

사람을 좋아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특히 고교 입학 후 현대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사회복지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의 사회 이슈와 밀접한 사회적 약자 문제를 파고들며,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하다 결국 복지 정책을 돌아보게 됐다. 3년간 사회복지 분야를 파고들다 행정학과에 입학하게 된 배경이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에 합격한 구연우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연우 |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서울 청원여고)

구연우 |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서울 청원여고)

사진 배지은

자기 주도 학습 비결은 ‘NO 학원(?!)’

연우씨는 별다른 사교육 경험이 없다. 고교에서도 인터넷 강의 외에는 학교 수업을 중심으로 학습에 매진했다. 이는 1등급 후반대의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거둔 비결이기도 하다.

“공부도 사람들과 어울려 했어요. 잘 모르면 잘하는 친구나 선생님께 질문하며 보강하고, 아는 것은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서 복습했죠. 동기부여 효과도 컸어요. 수업에 더 집중하고 학교 안에서 궁금증을 해결하려 했죠. 선생님과 친구들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어요.”

특히 고교 입학 후 다양한 활동을 했기에 학원까지 다닐 여유가 없었다. 교내 독서 프로그램이나 특강, 학급 회장 등 각종 리더십 활동, 동아리 활동, 교내 대회까지 학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활동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다. 모교인 서울 청원여고는 학생 참여형 수업의 비중이 높다 보니, 수업 안에서 다양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호기심이 큰 편인데 학교 프로그램은 대체로 흥미로웠어요. 참여해 얻은 것들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면서 시야도 넓어졌고요. 예를 들어 독서 프로그램에서 다큐멘터리 관련 도서를 읽고 질문의 중요성을 느꼈고, 어떤 문제를 접할 때 표면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나 문화, 정책의 영향을 살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이후 수업 안팎에서 탐구 활동을 할 때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활동의 목적과 대안을 꼭 찾아 반영하려 했어요. 평가도 좋았지만, 사회 교과 심화 학습과 제 관심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디딤돌이 됐죠. 학생부에 제 개성을 드러내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학교생활에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니, 학원까지 다닐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웃음)”

사회 문제 파고들다 복지 정책 관심 커져

고1 때부터 사회복지 분야에 관심을 가졌지만, 과목 선택은 쉽지 않았다. 고1 <통합과학>은 전체 1등을 한 반면 영어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등 계열 성향을 판단하기 어려웠던 데다 다른 인문 계열 전공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분야도 특정 과목과 연계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

“결국 희망 분야와 흥미를 중심에 뒀죠. 학교에서 나눠 준 진로별 가이드북을 토대로 사회 과목 위주로 선택했어요.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는 윤리를 좋아해 선택했어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인간의 본질과 행복한 삶에 관해 논하는 윤리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그 외에 <사회문제탐구> <사회·문화> <심리학> 등도 이수했어요.”

수업에서는 그때그때의 시사 이슈와 교과 내용을 엮어 다양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사>에선 조선 시대 장애인 복지를, <통합과학>에선 환경문제 심화 시 소득이 적은 계층에 피해가 더 커지는 에너지 불평등을, <언어와 매체>에서는 뉴미디어와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사회적 약자 인식 개선 캠페인의 필요성을, <수학Ⅱ>에서는 함수의 연속성을 통해 누진세의 공정성을 따져봤다. 수업량 유연화 활동으로 스마트팜과 농촌 노인복지를 연결하기도 했다. 특히 고2 <사회문제탐구> 시간에 ‘경계선 지능인’을 주제로 한 탐구 활동은 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경계선 지능인이란 지적장애 판정을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뜻한다. 대개 지능지수가 70~85 사이인 경우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4%가 경계선 지능인인데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봤어요. 어떤 장애인지 실체가 잘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찾아보니 서울시립대가 경계선 지능 청년을 고용해 ‘휘카페’를 운영 중이었죠. 직접 방문해 근무하는 모습을 보니, 일상에서 겪을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었어요. 장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타인의 오해를 받거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됐고요. 이후 교내에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조사를 시행하고,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회적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간 파고든 다양한 사회적 약자 문제 역시 개인의 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어 지역·국가 단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떠올라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연스레 사회복지 정책을 연구해보고 싶어졌어요. 이후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분석한 후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득 5분위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정책’을 설계해 제시하기도 했어요.”

차선 아닌 최선, ‘행정학과’ 지원

연우씨는 학교생활에 집중한 만큼 종합전형을 염두에 뒀지만, 수시 원서 접수 때 계획과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서울 주요 대학 중에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사회복지학과가 없는 곳이 많아 종합전형은 선택지가 넓지 않았어요. 내신이 1등급 후반대라 2023학년 기준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교과)의 보건정책관리학부까지 최종 합격선이었고요. 그래서 6장 중 4장은 교과전형으로, 2장만 종합전형으로 지원했어요. 사회복지학과와 그와 관련이 있는 연관 전공으로 접수했고요. 서울시립대는 사회복지학과 종합전형의 지원율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고, 복지 정책의 실현에 초점을 맞춘 학문을 공부하고 싶어서 행정학과를 택했어요. 한데 상당수 교과전형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완화하면서 충원이 많지 않았고 합격선도 크게 올랐어요. 결국 서울시립대에만 최초 합격했죠. 종합전형으로 응시한 다른 한 곳은 계열 모집이라 제 특성이 드러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반면 서울시립대는 ‘정책 연구원’을 꿈꾸기까지 사회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해온 활동이 높게 평가받은 느낌이고요. 면접에서 학교 수업 등에서 익힌 전문 용어나 탐구 활동 사례를 꼼꼼히 답변한 것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연우씨는 서울시립대 총장장학생으로 선정돼 4년간 장학금을 받는다. 대학에서도 고교에서처럼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들을 누리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싶다고. 후배들에게는 좀 더 멀리 내다보며 작은 즐거움을 지나치지 않길 당부했다.

“돌이켜보니 고3 때 수업 후 홈베이스에서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거나 게임을 한 일, 시험이나 야자 끝나고 간식을 사먹은 일,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께 힘을 얻고 위로도 받았던 일이 추억으로 남았어요. 이런 소소한 행복과 기쁨이 3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고 누리면서 고3은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고1~2는 멀리 보고 꾸준히 학교생활을 한다면 덜 지칠 거예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 답답하고, 시간과 노력만 쏟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조금씩 다듬어가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단, 수능은 좀 더 높은 목표로 챙기길 바라요. N수생들이 늘다 보니 수능에서 고1, 2 모의고사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서울 주요 대학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많고요. 수능 준비를 함께해둬야 수시에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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