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시간주 험지 급변’ 빨간불

2024-02-29 13:00:02 게재

경선서 13% ‘지지후보 없음’

아랍계 민심이반에 5배 급증

미시간, 대선승패 핵심지 부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인 미시간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의 분노한 표심을 마주해 11월 대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시간주에서는 27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실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표율 96%인 29일 기준 62만3500표로 81.1%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고, 다른 민주당 후보인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은 2만2814표(2.9%), 딘 필립스 연방 하원의원은 2만60표(2.7%)로 3%에도 못미쳤다.

하지만 ‘지지후보 없음’(Uncom mitted·언커미티드)이란 선택을 한 투표가 10만1449표, 13.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안겼다.

미시건주의 아랍계와 진보진영 운동가들은 민주당원들을 대상으로 가자전쟁에서 이스라엘 편만 들고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지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압박의 수단으로 언커미티드 표를 던지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그동안 통상적으로 미시간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언커미티드 표는 2만표가량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5배나 많이 나온 것이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시간주가 2024년 백악관행 레이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험지로 급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20만명 이상의 아랍계 인구가 몰려 살고 있는 미시간주에서 이스라엘 편향의 가자 전쟁 정책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번졌다는 증표로, 이들의 당내 표심 이반을 되돌리지 못하면 11월 5일 대선에서 바이든 낙선 위험이 고조될 것이란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이다.

미시간주는 미 정치권과 언론이 지목하는 경합주 6곳(네바다·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 가운데 선거인단 15명으로 배정된 두 번째 표밭이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1만1000표 차이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된 반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5만4000표 차이로 이겨 백악관을 차지했다. 특히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경합 6개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 프라이머리로 대의원 15명이 걸린 미시간주가 11월 대선 승패를 가를 최대 경합지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19명)와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을 모두 차지해야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는 구도다. 그 다음으로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의 성적을 지켜봐야 한다.

4년 전 15만여표 차이로 압승했던 미시간을 내준다면 바이든의 재선 실패 위험은 급속히 커진다.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 20~24일 미시간주의 1000명을 여론조사한 결과, 바이든 지지율(39%)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2%)에 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선거본부는 곧 가자전쟁에서 수주간의 일시 휴전과 상호 석방에 돌입하게 되고 11월 선거전에 항구적인 휴전까지 이뤄진다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유권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므로 미시간을 지켜 백악관을 수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