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하고 자괴감까지…불행한 일”

2024-03-18 13:00:02 게재

위성정당 반대 의원을 위성정당으로

민주당 ‘의원 꿔주기’ 9명 중 8명, 위성정당방지법 발의

낙천·불출마 의원, 기호·예산 챙기기 활용 … “국민 우롱”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위성정당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대거 보냈거나 보내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더민주연합에 간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위성정당을 비판하고 금지법까지 발의했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강 의원은 “제 정치적 신념과 위배되지만 당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연합당에 가는 고통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참으로 심란하고 자괴감까지 들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주장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또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의원수를 채우기 위해 탈당해야 하는 이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임기 초 합리적인 선거제 개선에 나서주시기를 22대 국회에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했다.

위성정당방지법을 주장했다가 낙천된 후 위성정당에 가게 된 모 의원의 보좌관은 “이렇게 두 번 죽이나”라며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지만 위성정당 반대했던 이에게 위성정당에 가라니”라고 했다. “나도 탈당계 내야겠다”며 “투표장에 가되, 그 어느 곳도 선택하지 못할 거 같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강 의원을 포함해 권인숙·김경만·김의겸·양이원영·이동주 의원 등 6명의 제명안을 의결했다. 이용빈, 이형석 등 낙천한 지역구 의원 2명도 탈당 후 위성정당에 합류하기로 했다.

위성정당에 들어가기로 확정된 민주당 의원 8명 중 이동주 의원을 제외한 7명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발의했다. 이미 탈당해 옮겨가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덕 의원도 위성정당방지법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민주당 의원 75명은 지난해 11월 위성정당 창당을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위성정당 창당을 당론으로 정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들어가 있어 8명이 추가 입당하면 윤 의원까지 더해 국회의원이 10명이 된다. 목표인 ‘기호 3번’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윤리위와 의총을 거쳐 8명의 비례의원들을 제명했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보내기 위한 사전조치였다. 정의당이 의원 6명을 보유하고 있어 희망 기호인 ‘4번’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이다.

거대양당은 비례의원을 내지 않아 비례후보 투표용지는 기호 3번부터 시작한다. 두 정당은 ‘의원 꿔주기’로 지역구 기호와 같은 위치에 위성정당의 기호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든 셈이다. 또 당직자들을 보내 선거업무를 맡겼고 의원들을 보냄에 따라 수 억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 주도의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한 녹색정의당의 김준우 상임대표는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의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불법대출에 동참했다”며 “위성정당과 공천관리위원까지 겸직하며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겠다면서 똑같은 반칙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도 무척 유감스럽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