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 믿고 사는 ‘디토소비’ 바람

2024-03-19 13:00:14 게재

‘검증돼 시간 아낄 수 있는 소비’ … 써브웨이 ‘썹픽’, 해태제과 ‘The빠새 간장새우맛’ 등

미국에서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Stanley) 열풍이 한창이다. 파스텔톤 컬러로 텀블러를 패션 소품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시작된 인기는 전소된 자동차에서 얼음까지 그대로인 스탠리 텀블러 사진으로 화제성을 더했다. SNS에 10대들이 스탠리 텀블러에 열광하는 영상들이 퍼져 나가며 미국 MZ세대 사이에 없어선 안 될 아이템이 됐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일종의 디토(Ditto) 소비 심리가 반영됐다. 라틴어 ‘디토’는 ‘이하동문’ ‘나도’라는 뜻이다. ‘디토소비’ 트렌드 초기에는 SNS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이나 추종하는 인플루언서 선택을 따라 했다. 이제는 단순 추종에서 더 나아가 바쁜 분초사회상을 반영하는 소비 트렌드 용어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디토소비는 소비에 있어 선택지가 많아지고 의사결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방지해 효율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한다. 믿을 수 있는 대상을 따라 구매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 또 디토소비는 ‘검증된’ ‘내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

GS25 모델들이 인기제품인 점보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GS25 제공

19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브랜드들이 디토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디토 마케팅은 제품을 따라 구매만 하더라도 기대에 부응하는 구매 후 만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브랜드들은 직접 검증해 소비자가 선택에 들이는 고민과 시간을 줄여주고 후회 없는 소비가 될 수 있도록 ‘디토 마케팅’ 제품들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써브웨이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조합으로 제조한 ‘썹픽'(SUBPICK)을 2월 내놓았다. 써브웨이 주문은 고객이 빵부터 속 재료, 소스까지 취향대로 선택하면 눈앞에서 바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메이드투오더(Made-to-order) 방식이다. 반면에 ‘썹픽’은 주문시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알아서 최적의 조합 샌드위치를 제조해 주기 때문에 주문 시간을 덜어준다.

축적된 주문 데이터와 SNS 후기 등 소비자 반응을 분석·연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 조합으로 개발해 간편한 주문에 대중적인 맛까지 보장한다. 써브웨이는 지난해 판매량이 약 920만개에 달하는 이탈리안 비엠티와 인기 메뉴인 스테이크 & 치즈, 로티세리 바비큐 치킨을 후보로 선정했다. 주문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재료들과 SNS에서 입소문을 탄 이른바 써브웨이 꿀조합 레시피를 조사 접목해 시식을 통해 베스트 3종 썹픽을 출시했다. 써브웨이 마케팅 관계자는 “시성비(시간대비 성능)를 고려해 믿고 구매해도 되는 제품으로 디토소비 심리를 활용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와 오비맥주는 협업을 통해 맥주와 최고 꿀조합 스낵을 2월 한정 출시했다. 먼저 오비맥주는 내부 조사를 통해 맥주에 곁들이기에 가장 맛이 좋은 스낵을 찾아냈다. 바로 해태제과 ‘더(The)빠새’와 ‘신당동 떡볶이’였다. 해태제과는 맥주와 더욱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각각 스낵에 감칠맛과 매콤한 맛을 가미해 ‘The빠새 간장새우맛’과 ‘신당동 불떡볶이’를 개발하고 포장에 오비맥주 제품인 ‘오비라거’와 ‘필굿’ 디자인을 삽입했다. 두 브랜드가 처음으로 협업할 정도 맛 궁합으로 소비자가 다른 제품을 고려할 필요 없이 바로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간편한 소비 행태를 유도하고 있다.

GS25 자체브랜드(PB) 점보라면 시리즈(공간춘쟁반짬짜면·팔도점보도시락)는 SNS 먹방 챌린지를 의도하고 출시했다. 패키지도 먹방이 유튜브 단골 콘텐츠인 점에서 착안해 영상이 재생되는 화면처럼 디자인했다. 일반 용기면보다 8배 이상 커서 먹방 챌린지에 딱이다. 점보라면 시리즈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먹방 챌린지 바람을 타고 GS25 용기면 매출 1·2위에도 오르는 등 호응을 얻었다. 타깃 동향을 정확히 읽고 제품 특성을 살려 기획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급식업체도 디토소비 유행에 따라 검증된 식단으로 구성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본푸드서비스 단체급식 브랜드 본우리집밥은 매월 ‘브랜드 데이’를 운영하며 구내식당에 인기 있는 맛집을 그대로 재현해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온종일 줄을 서야 간신히 먹을 수 있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베이글을 조식으로 제공했다. 또 동원홈푸드와 협업해 ‘동원 참치 정식 한상차림’을 제공하기도 했다. 본우리집밥은 ‘급식 외식화’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인생닭강정, 히노아지 탄탄멘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인기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도 MZ세대가 선호하는 맛집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이글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는 ‘코끼리베이글’과 손잡고 고객사의 사내카페에서 코끼리베이글의 대표 메뉴들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태극당, 서울페이스트리 등 유명 베어키러 맛집들과 협업을 통해 단체급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미국 스테이크 전문점 ‘텍사스 로드하우스’ BBQ 플래터,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문화 공간 ‘이탈리’의 뽀모도로 파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스쿨푸드는 디토소비를 즐기는 MZ세대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사과 떡볶이’를 출시했다. 사과 떡볶이는 스쿨푸드 특제 소스의 매콤한 맛과 싱싱하고 달콤한 사과가 만나 맵단 정석과도 같은 맛을 뽐낸다.

기존 사과 떡볶이와는 다르게 실제 사과가 들어가 맛과 향은 물론 씹히는 사과를 즐길 수 있는 메뉴로, 개성 넘치는 이색 메뉴 답게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교촌치킨 ‘허니와함께라면’ 세트는 매콤달콤한 양념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 ‘치밥’에 이어 면을 함께 먹는 ‘치면’이 SNS에서 유행을 타면서 나타난 치면족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교촌치킨 대표 메뉴인 허니시리즈와 화끈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레드시크릿 볶음면이 '맵단' 정석을 보여준다.

도넛 프랜차이즈 던킨은 전통 디저트인 떡을 기본으로 한 ‘인절미 츄이스티’ 등 3종을 출시했다. 인절미 하면 생각나는 쫄깃함과 고소한 맛을 도넛으로 재해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검증된 아이템으로 구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디토소비는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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