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교육 정책의 근본은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

2024-03-20 13:00:01 게재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학생 수가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7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총액의 증감을 살펴보면 2009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5년에 저점을 찍고 2016년부터 다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닫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은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이번 2023년 사교육비 발표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사교육비 총액의 증가율이 2022년 10.8%에서 2023년 4.5%로 둔화됐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2022년 11.8%에서 5.8%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단기 효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작년 6월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공정한 수능 평가, 사교육 카르텔 근절, 공정한 입시 체제 구축, 교과 보충 강화, 초등 돌봄과 예체능 수요 흡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왜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까?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단기적 대책보다는 중장기 대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정책일수록 그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6년을 재학하기 때문에 사교육비 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사교육비는 늘봄학교가 전면 도입되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책의 추진 일정이 올해 2학기에 1학년, 2025년에 1, 2학년에 적용되고, 2026년에 전체 학년에 적용되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28 대학입시와 고교 내신 5등급제 도입의 경우에도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고교 1학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정책 효과는 2025년 이후 사교육비 통계에 반영될 예정이다.

사교육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 중에 ‘그림자 교육(shadow educ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그림자와 같다는 표현으로 학교 교육이 내실화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사교육 유형은 초등학교 돌봄, 예체능 사교육, 평가에 대비하는 보충과 선행학습용 교과 사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돌봄과 예체능 사교육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늘봄학교와 방과후 학교를 강화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교과 사교육은 학교의 교육력 강화와 평가제도 혁신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평가제도의 혁신은 수업의 혁신과 함께 장기적인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교육력 강화는 학생들의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으로 시작해야 한다. 학교의 수업이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적인 수준에 맞추어 진행하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학교제도가 시작된 이후 제기되어 왔던 오래된 문제이다.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제안되어 왔지만 실제 교실에서 맞춤형 교육이 구현된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연구되고 노력해 왔던 부분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결합해 우리나라에서는 2025학년도부터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전체 학교에 도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을 모토로 맞춤형 지식 교육을 기반으로 활동 중심의 창의성 교육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육력 강화 위해 수업의 혁명적 변화 필요

학교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업에서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수업의 혁신을 위해서 구성원들의 생각을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생 평가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서열을 나누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 성과를 확인하고 제대로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적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둘째, 지식교육을 경시하는 관점도 경계해야 한다. 무의미한 철자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경험과 결합할 수 있도록 지식의 구조를 교육하고, 지식을 활용한 교육적 활동과 경험이 중요하다. 셋째, 디지털 도구 활용에 대한 극단적 비판도 삼가야 한다. 디지털 세상이 이미 온 세상에 스며든 상황에서 디지털 도구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디지털 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모든 기술에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위험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책임자는 교사이다. 교사가 교실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의 목표를 정하고 수업을 디자인해 실행하고 학습 수준을 진단해 개별화된 학습의 과제를 부여해주고 함께 활동하도록 해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혁신의 주체는 교사이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야 할 교육행정의 역할이다. ‘교사가 이끄는 교실 혁명’이 사교육 대책의 근본이며, 어렵고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