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류 문화재구역’ 해제추진 논란

2024-03-20 13:00:20 게재

부산시 문화재청과 협의

철새도래지 난개발 우려

부산시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일대에 대해 하구 갯벌만 남기고 강 본류와 지류는 모두 문화재구역 해제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 철새도래지가 훼손되면서 대규모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및 20여개 환경단체들은 18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구역 해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시민행동 제공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낙동강 철새도래지의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를 두고 시와 문화재청이 협의 중이다.

현재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낙동강과 하구갯벌을 포함해 총 87.2㎢가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시는 이 중 지난해 11월 강서구가 해제를 요청한 19.2㎢에 대해 시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문화재청에 심의를 요청했다.

문제는 해제가 추진되는 지역이 낙동강과 서낙동강은 물론 지류인 맥도강과 평강천 전부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이 지역이 해제되면 철새도래지는 둔치도와 낙동강 하구둑 아래 바다쪽 갯벌지역만 남게 된다. ‘낙동강=철새도래지’라는 등식이 사라지는 셈이다.

해제가 추진되는 데는 지자체들의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되면 반경 500m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되고 건축물 높이는 물론 증·개축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사상구는 삼락생태공원 일원, 사하구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을숙도대교 구간에 대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해제를 요구한다.

대상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서구가 가장 적극적이다. 낙동강과 서낙동강은 물론 지류들이 강서구를 관통하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오랫동안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해제가 필요하다”며 “문화재청 요구가 있어 철새들의 대체서식지를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철새들을 모두 내 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및 20여개 환경단체들은 1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둔치 개발로 유례없는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문화재구역 해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자체들 요구에 따라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며 “개발할 곳과 대체서식지에 대한 조정을 지자체에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2022년에도 이 지역에 대한 해제가 시도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2023년 3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보류시켰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지난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지정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 도래지이고 생물·지질 및 해양환경 등은 학술적·교육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한다’고 밝히고 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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