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인상 주범 ‘교통사고 사기’ 뿌리뽑는다

2024-04-01 13:00:02 게재

경찰, 금융당국과 손잡고 100일간 집중단속 … 전문·조직화 양상에 검거율 하락세

#1.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해 전국을 돌며 허위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50여명 규모의 보험사기단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에서 85건의 교통사고를 내고 손해보험사 10여 곳으로부터 약 6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일명 ‘BS보험파’로 불린 총책 A씨와 일당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일당 30만~50만원의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 가담자들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인 가담자 대다수는 2030 취업준비생이었다. 이들은 한 차량에 3~4명씩 탑승한 뒤 차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내 보험금을 청구했다. 또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대여한 렌터카를 이용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여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점을 수상하게 여긴 손해보험사 직원과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2. 대전경찰청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하며 상습적으로 교통사고를 조작해 16억원대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 대물 보상담당 직원 B씨를 검거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타 보험사 대물 보상담당 C씨 등 공범 26명과 공모해 46회에 걸쳐 차량 보상금 16억7000만원 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 협조했던 26명의 공범들은 그의 가족과 지인들이었다.

이들은 실제 교통사고로 파손됐으나 운전자 귀책 사유로 보상 이력이 없는 차량을 구입해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교통사고가 새로 발생한 것으로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차량 보상금을 받아냈다.

이들의 범죄는 보험사 내부감사로 들통났다.

지난 1월 11일 경찰,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민생 침해 보험사기 및 불법 개설 요양기관 범죄 척결을 위한 금융감독원-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최근 교통사고 보험사기가 조직화되고 증가하자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선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100일 동안 교통범죄 특별수사 기간을 운영해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죄 등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년간 특별단속을 통해 총 7947건의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적발해 6218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올해 고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허위·과장 보험금 신청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병원이나 정비소 등과 공모해 보험금을 과다 신청하는 행위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보험사기는 접근 장벽이 낮고, 범죄 수법 학습도 쉬운 만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범죄의 발생 건수(검거율)는 2018년 2559건(97.7%) 2019년 3163건(97.4%) 2020년 3465건(96.1%) 2021년 3638건(92.7%) 2022년 2959건(89.8%)을 기록했다.

보험사기가 조직화·전문화되면서 검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여기에 검거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보험사기 범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사기범의 70% 가량은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처해진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범죄 판결(1심)은 2017건이었다. 이중 벌금형은 784건(38.8%), 집행유예는 602건(29.8%), 징역형은 453건(22.4%), 무죄 59건(2.9%), 선고유예 21건(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는 보험사 재정 부담과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어 범죄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수범까지 면밀히 수사 =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면 결국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총 54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 1조1164억원의 49.1%에 달한다. 운전자나 피해물 조작, 고의 충돌 사고 증가로 전년보다 771억원(16.4%)이나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액은 2020년 3830억원, 2021년 4199억원, 2022년 4705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경찰청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허위·과장 보험금 신청 및 병원·정비소 등과 공모해 보험금을 과다 신청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미수범까지도 면밀한 수사를 통해 검거할 것”이라며 “서민경제와 보험체계 근간을 흔드는 교통사고 보험사기 근절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실질적 피해 회복도 = 또한 경찰은 금융감독원·보험업계와 공조해 교통사고 보험사기 피해자의 할증된 보험수가와 행정처분(벌점)을 되돌리는 등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도 힘쓸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감독원·보험업계와 공조해 보험사기에 억울하게 관련된 교통사고 보험사기 피해자의 할증된 보험수가와 행정처분(벌점)을 되돌려 실질적 피해 회복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자는 도로교통법상 사고내역 기록과 부과된 벌점·범칙금 등을 취소하려면 경찰서를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을 입증할 판결문과 같은 증거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 판결문이 보험사기 형사사건 당사자인 보험회사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금감원이 보험개발원과 함께 운영중인 보험사기 피해자 대상 보험료 환급 제도를 활용한다. 이 제도는 법원판결로 확정된 보험사기 피해사실을 보험개발원에 모아 각 손보사에 공유해 피해자에 보험료를 환급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이 기록을 경찰서에 제출하면 경찰이 사고기록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기록을 삭제해 주는 식이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구제 대상자는 교통사고 기록 삭제가 1만4147명, 벌점삭제는 862명, 범칙금 환급은 152명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경찰은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6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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