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도권 킬러문항’ 못 풀면 위기 되풀이

2024-04-09 13:00:26 게재

여당, 수도권 패배→영남 비중 상승→보수화·영남화→수도권 연패

2012년 이후 수도권 4연속 패배 위기 … “중도 수도권당으로 바꿔야”

국민의힘이 총선 때마다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패배를 초래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진 모습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에 직면해있다. 여권도 “수도권 킬러문항을 풀어야 악순환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킬러문항의 해답은 국민의힘에 칠해진 ‘보수 영남당’ 색깔을 ‘중도 수도권당’으로 바꾸는데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여권에서는 “수도권이 또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 지역구(254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포진한 수도권에서 패색이 짙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총선이 임박할수록 서울은 그나마 접전지역이 늘고 있지만 경기도는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라며 “최악의 경우 4년 전(16석) 수준에 머물거나 잘하면 30석 정도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선의 경우에도 야권에 크게 밀릴 것이란 얘기다.

수도권은 어쩌다 국민의힘의 험지가 됐을까. ‘영남당 악순환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다. 수도권은 참패하면서 16석에 그친 반면 영남권은 그나마 선전해 57석을 얻었다. 미래통합당은 영남의원이 전체 지역구의원의 67.8%를 차지하면서 ‘영남당’이란 비아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남의원이 절대 다수인 미래통합당 후신 국민의힘은 ‘보수화’ ‘영남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도 영남출신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로 꾸려졌다. 당이 수도권 민심과 동떨어지게 된 것이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최근 당 지도부에서 전국의 후보 사무실에 ‘나라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말자’는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한 일이 있었다. 당이 얼마나 수구 영남화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지금 당이 ‘종북’ 운운하면서 이념공세를 할 때인가. 그 현수막을 보는 수도권·중도 표심은 당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겠나. 한심하다”고 맹비판했다.

김재섭-김선동 후보 지원유세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 앞에서 김재섭, 김선동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국민의힘은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세차례 연속 수도권에서 패했다. 4.10 총선까지 지면 4연패다. 여당은 수도권 패배→영남의원 비중 상승→당의 보수화·영남화→수도권 민심과 괴리→수도권 연패라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버린 것. 만약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도 수도권에서 참패하면서 ‘영남당’으로 전락한다면 악순환 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뒀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답을 찾으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당시 수도권 111석 가운데 81석을 얻었다. 특히 서울에서 40석을 싹쓸이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보수정당이 2008년 총선에서 부동산 이슈로 수도권 표심에 부응한 이후 (수도권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책이든, 지향이든 변화하는 수도권 표심에 부응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당이 ‘보수골통 영남당’으로 굳어져버렸다. 영남표만 얻으면 대표 되고, 원내대표 되니까 당이 점점 보수화·영남화 됐다. 이 바람에 수도권에서 매번 심판 당하는 꼴이 됐다. 4.10 총선에서도 수도권에서 패한다면, 이번에는 여권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보수 영남당에서 중도 수도권당으로 거듭 나야 한다. 당을 바꾸지 못하면서 계속 영남당으로 머문다면 다음 선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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