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차기주자…친윤 ‘타격’ 비윤 ‘기회’ 야권 ‘약진’

2024-04-11 13:00:01 게재

패장 한동훈, 책임론 극복 과제 … 안철수·나경원 ‘기사회생’

이재명·조 국 ‘몸값 급등’, 사법리스크 발목 … 이낙연, 낙선

야권 압승으로 끝난 4.10 총선은 3년 뒤 대선판까지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의 손익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11일 총선 패장의 불명예를 안게 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차기주자가 됐다.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장관 출신인 한 위원장은 거대야권에 맞선 최전방 공격수로 부각되면서 몸값이 상승했다. 이미 법무장관 시절부터 정치경력이 수십년된 여권 차기주자들을 앞서는 대중적 지지를 과시했다. 2022년 12월 차기주자 조사(한국갤럽, 11월 29일~12월 1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처음으로 두자릿 수(10%)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더니 총선 직전 조사(3월 5~7일)에서는 24%로 선두권에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말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하자, 여권 지지층의 기대가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정치 4개월’만에 ‘정치 초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채 패장의 멍에까지 짊어지게 됐다. 한 위원장은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차별성을 자랑했지만, 검사 출신의 독선적 행태까지 버리지는 못했다. ‘정권심판론’이 비등한 민심 앞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이조심판론’을 고집했다.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차별화에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중도 대신 보수에 안주하는 전략적 패착도 뒀다. 당내 친한그룹에서는 “정권심판론 때문에 패한 것이지, 한 위원장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한동훈 리더십’의 한계는 그의 대선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은 당장 당내서 계속 차기 도전을 탐색할지, 아니면 1~2년 정도 당밖에 머물면서 기회를 노릴지 선택해야 한다. 한 위원장은 11일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말그대로 기사회생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경쟁자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와 긴장했지만, 개표 결과 승리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윤심’에 떠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졸지에 비윤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여당의 참패 속에 생환하면서 차기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됐다. 대선주자로서의 갈 길은 멀지만 ‘비윤 낙인’을 오히려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총선서 참패한 여당으로선 주류 친윤보다 비주류 비윤이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게 낫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친윤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전 의원은 ‘명룡 대전’을 치르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큰 차로 패하면서 대권 행보에 험로가 예상된다.

장외에 머물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참패 책임론에서 한 발 비켜서서 차기를 노리게 됐다. ‘정치 초보’ 한 위원장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대안을 찾다보면 국회와 지방정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두 사람에게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을 뛰쳐나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 대표도 금배지를 달면서 차기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몸값이 상한가를 친 모습이다. 압승을 주도한 이 대표는 제1당 대표이자 유력 차기주자로서의 위상을 한동안 누리게 됐다. 다음 전당대회에 재출마해 100명이 넘는 친명 의원들을 이끌며 상당기간 정국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범야권 대선경쟁자로 꼽힐만한 이낙연 전 대표와 김두관 의원 등이 낙선하면서 이 대표가 당분간 독주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졌다. 다만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변수다. 대선까지 남은 3년 동안 일부 혐의라도 유죄가 나온다면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조 대표는 비례만으로 제3당에 오르면서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했다. 민주당과 힘을 합쳐 소수여당을 매섭게 몰아칠 힘을 갖게 됐다.

조 대표는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 역시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고 최종심을 남겨 놓은 상태다. 차기대선 출마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차기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대중적 주목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정세균 전 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차기주자로 거론되지만 이 대표에 맞설만한 경쟁력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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