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경찰, 총선 선거사범 처리로 몸살

2024-04-11 13:00:02 게재

투표 당일 ‘유권자 나르기’ 신고 … 짧은 공소시효도 논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마무리된 가운데 선거전이 치열했음을 보여주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에 선거법 위반 관련 신고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일 현재 파악된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 건수는 총 722건이다. 이중 고발은 153건, 수사의뢰는 27건, 경고 등 기타는 542건이다.

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규정에 따른 삭제요청은 7만2964건에 달한다. 딥페이크 영상 등(법 제82조의8)으로 위반돼 조치된 실적은 총 387건(경고 1건, 준수촉구 2건, 삭제요청 384건)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 서귀포시 지역구 개표장인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 한 개표 참관인이 봉인 흔적이 남아 있는 개표함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실제로 선거가 진행된 10일 일부지역에선 유권자 실어 나르기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충북 옥천군 군서면에서 A씨가 60~70대 유권자 3명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투표소로 이동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직선거법 230조에 따라 투표·당선을 목적으로 유권자를 차량에 태워 투표소까지 실어 나르는 행위는 매수·이해유도죄로 간주한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 거주자나 노약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 대한 교통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정당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날 오전 충북 보은군과 영동군에서도 한 장애인 단체와 특정인이 버스를 이용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송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해당 차량들은 선관위에서 각 정당의 동의를 받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관련 신고가 들어와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실어 나르기 의혹은 강원도 강릉과 인천에서도 제기됐다.

김중남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는 이날 강릉 옥계지역 유권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B씨 등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측은 고발장을 통해 “B씨가 국회의원 선거 투표 장소(옥계면 투표소)로 유권자(19명)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있고, C씨는 B씨와 공모한 사실이 있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인천 강화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강화군의 이장 D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

D씨는 4·10 총선 당일인 이날 오전 강화군 내가면에서 유권자들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투표소로 데려다준 의혹을 받는다.

경찰은 이날 이런 내용의 112 신고를 받고 그를 임의 동행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는 왜 유권자들을 태워다 줬는지와 몇 명을 데려다줬는지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군에서는 사전투표일인 지난 6일에도 노인보호센터 대표가 고령층 유권자들을 승합차에 태워 투표소에 데려다줬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원하는 어르신들만 등원 과정 중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왔다”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안전하게 투표하도록 도운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895명을 적발해 20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768명을 수사 중이다. 나머지 107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처분 등을 내렸다.

눈에 띄는 점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자가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람 중 허위사실 유포 혐의자는 436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금품수수 101명, 공무원선거 관여 26명, 선거 폭력 19명, 불법 단체 동원 3명 등이다.

또한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둘러싼 논란도 선거철마다 반복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아 경찰이 시효가 임박해 선거법 위반 사건을 송치하고, 검찰도 벼락치기 기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공소시효가 길면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려는 정치적 고소·고발이 폭증할 것이란 지적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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