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에 고유가·고환율·고금리 ‘3고 복합위기’ 또 오나

2024-04-16 13:00:01 게재

이란-이스라엘 충돌 가능성 높아져 … 당분간 '3고' 가능성 커져

총선 의식해 억눌러둔 물가, 상승요인 쌓여 … 물가당국 ‘초비상’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공습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당분간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총선 직전까지 고물가 기조를 억누르기 위해 긴급대책을 쏟아냈던 정부로서는 업친 데 덥친 격이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4월말로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중동 불안이 가중되면서 민생 부담을 최우선으로 한 정부의 긴급 조치인 셈이다.

중동사태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 기획재정부 김병환 차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사태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중동사태 장기화에 유가 꿈틀 = 지난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64 달러 오른 85.66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해 12월8일 68.61 달러를 기록한 뒤 뚜렷한 상승세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이미 90달러선을 넘어섰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보다 0.71 달러 오른 배럴당 90.45 달러, 두바이유는 90.22 달러 수준이다.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연말가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환율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15일) 오후 5시30분 기준 1384.50원을 기록하는 등 1380원대로 올라섰다. 1년5개월 만에 1380원대를 찍은 환율은 1400원 돌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 국제유가 상승에 지난달 수입물가가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수입물가는 1~3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올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7.85(2015=100)로 전월(137.24)과 비교해 0.4%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7% 내렸다.

수입물가는 1월(2.5%), 2월(1.0%)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단연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었다.

◆정부 대응 효과 있을까 =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 연장 외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한 가격인상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적발 시에는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물가상승 주요 변수가 외부요인이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위기는 2022년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겨우 벗어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3고 위기가 재연되는 ‘신 3고’ 복합위기가 닥치면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우리 경제에는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어서다. 경제성장률 저하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경제여건은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전망과는 거꾸로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 부문이 전체 경기를 이끌고, 물가상승률도 점차 낮아져 올 상반기에 2%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해왔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가 6월쯤 시작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올 하반기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밑그림 속에서 정부는 올 상반기에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재정 집행에 속도를 높이고 하반기엔 통화정책 변화를 통해 하반기 재정 부족의 부작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고물가, 내수 부진 가속화 우려 = 하지만 고유가와 고물가 상황은 내수부진과 맞물려 악순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 시기도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실물경제는 수출 부문의 빠른 회복과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내수 부진으로 요약된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중심의 예상 밖 빠른 수출 확대가 경기 전반에 온기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부문의 회복 지연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대표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지난 2월 현재 3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복합위기에 대비한 경제정책 기조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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