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승용차 이용자 흡수' 과제

2024-04-16 13:00:12 게재

2달만에 100만장 판매 성과 냈지만

경기도 등 타 지자체·정부 협력필수

서울시 기후동행카드가 당초 취지인 탄소저감에서도 성과를 거두려면 승용차 이용객을 흡수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서울시 기후동행카드가 출시 2달만에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동행카드의 현재 진행 경과 중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승용차 이용객 흡수다. 현재는 승용차 이용객의 흡수보다는 기존 대중교통 이용자의 요금을 깎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승훈 한국교통연구원 AI빅데이터 연구팀장은 “기후동행카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승용차 이용객을 흡수할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며 “기존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이들이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탄소저감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천 연구팀장은 “그러기 위해선 대중교통 노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용차 이용자는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하게 가기 위해 자차를 이용한다. 이들이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른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가 가능하도록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여기에 전동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를 연계한 대중교통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동행카드의 초반 흥행은 서울시 예상을 웃돈다. 당초 시는 월 20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을 50만명 정도로 추산했다. 정액권(월 6만5000원) 이용이 유리한 사람들이 우선 구매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제한 정액권을 선호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추가 교통비 부담이 없다는 것, 대중교통 승차 횟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 들이 기후동행카드 구매를 촉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시민 요구가 확인됐고 초기 시장에 안착한 만큼 대중교통 혁신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의 모델이 된 독일 9유로(약 1만3000원) 티켓은 출시 3개월만에 5200만장이 팔렸다. 독일인구가 약 8200만명이니 전 국민의 63%가 이용한 셈이다. 사업 실시 후 대중교통 이용이 10~15% 증가했다. 구매자 중 20%는 이전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거의 또는 전혀 이용하지 않던 이들이었다. 해당 기간 온실가스가 180만톤 덜 배출되고 대기질도 6% 가량 향상됐다고 보고됐다. 독일은 9유로 티켓의 후속 모델로 가격을 현실화한 49유로(약 7만2000원) 티켓을 도입했다.

서울시도 비슷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카드 이용자의 4%가 상시 이용하던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많이(월 20회 이상) 이용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동행’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단 이용자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 개념으로 현재 수준 이용객을 가지고 탄소저감 또는 승용차 전환율을 논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지자체 간 협력은 필수다. 현재 국토부와 경기도는 각각 서울시와 다른 교통 패스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엄청난 행정력과 세금 낭비”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경쟁에 뛰어든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에서 출시한 알뜰교통카드는 2022년 12월 기준 전국 이용자 수가 48만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시(13만7094명) 경기도(17만2009명) 등 이용자의 63.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또다른 교통 전문가는 “현재 서울 버스는 승객 수요가 아닌 수익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면서 “준공영제 취지에 맞게 수익보다 이용자들이 많은 노선을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접근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승용차 이용객을 버스나 지하철로 유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이용 현황 분석에서 승용차 운행량이 하루 1만1000대 가량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응답자들은 카드 이용 후 월평균 교통비가 3만원 줄었다고 답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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