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2% 물가 확신 더 오래 걸릴 듯”…더 멀어진 금리인하

2024-04-17 13:00:27 게재

예상 뛰어넘은 고성장·고물가 지표에 입장 선회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국채금리 상승·증시 하락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 멀어졌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화되면서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2년물 국채금리 장중 5% 넘어 =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를 늦출 수 있다는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하면서 16일(현지시간)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이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일보다 10.41포인트(0.21%) 하락한 5051.41을, 나스닥지수는 19.77포인트(0.12%) 하락한 1만5865.25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져 온 중동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지속된 가운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0.17% 소폭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오늘은 1390원대로 하락 출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내린 1390.0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준다”며 “동시에 올해 현재까지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 진전은 부족한 상황(lack of further progress)”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현 5.25~5.50%인 기준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장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4.6%대로 뛰어오르면서 연준도 뒤늦게 기존 정책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연설에서 “입수되는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현재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임을 시사한다면 현재의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확대 = 최근에 부각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은 데이터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연준 인사들의 전망에도 변화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 및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를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시장이 그동안 가정해왔던 6월 금리인하 전망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게 만든 것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여파로 미국 10년물 금리는 4.6%대를 상회하고 있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상 연내 금리인하 컨센서스가 1회로 형성된 상황이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3.1%로 높게 반영했다. 6월 25bp 인하 가능성은 16.4%로 반영됐다.

연내 1회 금리인하 전망으로 9월에 0.25%p 인하를 예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향후 금리인하 횟수보다는 금리가 상당히 제약적인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강달러에 신용리스크 증가, 추가 유가 급등 경계 = 한편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에 주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리스크 등 신용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고려할 때 이후 원달러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리스크에 달려 있다”며 “단기적 신용위험을 자극할 변수는 중동발 유가 급등”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차원에서 원화 약세를 경계해야 할 부문은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 엔 및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부분 경기 부양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는 반면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5분 현재 전일보다 4.2원 내린 1390.3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내린 1390.0원에 개장해 소폭 등락 중이다. 이날 환율 하락은 전날 1400원선 터치 이후로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1410원선을 넘으면 국민연금이 최소 400억달러의 환 헤지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환율 상방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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