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의 일하는 방식 개혁

2024-05-24 13:00:01 게재

일본기업이 장기불황기 구조조정 일변도의 수익성 개선책에서 벗어나 점차 투자를 확대하면서 성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30년간은 투자를 억제해 매출이 거의 확대되지 않는 가운데 구조조정 효과로 배당과 내부유보를 확대해 온 전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벗어나 투자 임금 배당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종업원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일하는 방식도 개선한 일본기업이 실적을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사이클 벗어나 ‘꿈’을 제시하는 일본기업들

닛케이가 최근 상장기업 약 2300개사의 근무환경과 업적을 분석한 결과를 보자. 일하기 쉽지만 일의 보람은 낮은 ‘화이트’ 기업이나, 일의 보람은 있으나 일하기가 어려운 ‘맹렬’ 기업보다 실적이 다소 떨어지지만 일의 보람도 있고 업무환경도 다 좋은 ‘플러티나’ 기업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좋은 플러티나 기업은 △남녀노소가 생동감 있게 일하고 △회사와 종업원이 지향하는 방향이 일치하고 △일하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유연한 노동 환경이 정비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일본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종업원이 일의 보람을 느끼고 회사와 개인의 지향점을 동기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일하는 방식의 개혁과 함께 회사의 꿈을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종업원의 꿈과 회사의 꿈을 일치시키고 조직의 힘이 발휘되도록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 ‘원가를 줄이겠다’라는 목표가 아니라 리더다운 기업의 꿈, 사회적 존재 속에서의 기업의 역할을 강조해 조직원의 지지를 받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최대의 에어컨 기업인 다이킨공업 사장은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공기를 전달해 기후변화 해결에 기여하겠다”라는 꿈을 말했으며, 파나소닉홀딩스 사장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람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모든 분들의 행복의 힘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원래 일본에는 혼다 소이치로, 마쓰시타 코노스케 같은 창업가형 경영자가 꿈에 도전하는 리더로서 일본경제를 견인해왔던 잠재력이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각광 받는 리더가 스타트업에서도 나오고 있고 새로운 리더들이 각 방면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회사의 꿈과 종업원 개인의 꿈을 일치시키는 조직적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종업원이 일의 보람을 느끼는 실적을 임원 보수에도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봤다.

경영비전을 설득력 있게 말하는 리더와 뜻을 같이하는 참여의식이 높은 종업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조직 권력구조의 폐해도 적고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본기업에서 이노베이션 효과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본기업은 과거 장기불황기에 투자를 줄여온 후유증으로 각 분야에서 전문인력 등의 인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바이오 그린 사업에서 이노베이션을 일으키거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다. 사실 최근 라인야후 사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일본이 자체적으로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우리 기업들, 혁신력과 개척형 리더십 절실

우리 기업의 경우도 이노베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개척형 리더가 꿈을 말하면서 조직을 리드하는 역량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리더와 종업원 사이의 보다 수평적인 조직 풍토를 강화하고 재택근무를 포함한 일하는 방식의 유연성 제고도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적 차원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또 리더의 꿈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성공과 연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종업원으로 구성된 조직의 힘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