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속가능성 공시와 경영자 보상

2024-05-29 13:00:01 게재

지난 4월 말 한국회계기준원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ASB)는 지속가능성 정보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공개초안은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사항(제1호), 기후 관련 공시사항(제2호) 그리고 정책목적을 고려한 추가 공시사항(제101호) 등 3개 기준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정한 국제회계기준( IFRS) S1과 S2에 기반하고 있어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갖췄다. 다만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와 시행 일정 등 민감한 문제는 추가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최초로 공신력 있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영자 보상 ESG 성과와 연계될 때 기업가치 높아져

기후 관련 공시기준에 따르면 기후위험 및 기회 관련 정보는 4가지 핵심 요소인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와 목표를 고려해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태풍 홍수 같은 기상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리적 위험과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전환 위험을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도 공시해야 한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사회가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관리 및 통제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전략 측면에서는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가 기업의 전략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기반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그리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사용량 등 산업 전반 지표뿐만 아니라 특정 산업의 고유한 지표도 목표와 실적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 보상이 지속가능성 성과와 연계수준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 보상이 지속가능성 성과에 연동되면 지속가능성 성과와 기업가치 모두 증가한다고 한다. 2023년 미국 S&P500 기업은 모두 경영자 보상이 지속가능성 성과와 연계되어 있는 반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는 22%인 44개 기업만이 지속가능성 성과가 경영자 보상에 연동되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지속가능성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효용함수에 지속가능성 성과를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성과를 경영자 보상과 연계되도록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잘못된 경영자 보상체계, 그린워싱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의 목적은 기존 재무정보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성과를 경영자 보상에 잘못 연계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위험에 대한 평가, 산업 특성이나 기업 고유 사업모델을 반영한 지표와 목표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시 정보의 많은 부분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경영자 주관적 판단을 포함한다. 그런 만큼 경영자는 자신의 보상수준을 높이기 위해 그린워싱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성과를 부풀릴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또한 거짓정보는 아니지만 성과가 우수하거나 경영자가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정보만 선별해 전략적으로 공시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누락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내부통제제도를 구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2023년 미국내부통제기구(COSO)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공시를 위한 내부 통제의 구축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본적인 내부통제 개념과 원칙은 기존 재무보고와 동일하기 때문에 기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개념을 확장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 정보를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정보에 대한 인증제도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