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땅 활용해 도시 곳곳에 주민쉼터

2024-06-17 13:00:52 게재

서울 노원구 '정원 도시'

주민과 함께 ‘집에서 5분 거리' 정원 조성

거점형·생활형 … 문화예술 더해 완성 중

“여기서 불암산 보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당현천 걸을 때는 꽃양귀비 감상하는 게 좋고.” “사람들 없을 때 방문하면 그냥 내 집 정원같아요.""동네 공원도 예전과 달라요. 저마다 특색이 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민 백현주(58)씨와 이웃 중계동에 사는 조은미(61)·강진경(64)·김선화(51)·박영희(63)씨. 자원봉사로 뭉친 이들이 또한가지 의견을 같이 하는 건 정원이다. 중계동 불암산 나비정원 뒤편 수국정원을 비롯해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인근부터 하계동 중랑천 합수부까지 이어지는 당현천, 공릉동 경춘선숲길에 동네 근린공원까지 제각각 매력을 발산하는 정원이다. 주민들은 “멀리 가지 않고도 누릴 수 있다고 하더니 약속을 지켰다”고 입을 모아 노원구에 감사를 전했다.

오승록 구청장이 불암산 힐링타운에서 주민들에게 수국정원 조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원구 제공

17일 노원구에 따르면 민선 8기를 대표할 만한 핵심정책은 ‘정원도시’다. 노원은 전체 면적 가운데 59.1%에 달하는 21.03㎢가 녹지지역으로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공원만 129개에 달하고 마을마당과 거리공원도 51개나 된다. 구는 단순한 녹색공간을 넘어 곳곳에 주민 쉼터를 만들었다.

전형적인 잠자리도시(베드타운)라 출·퇴근에 지친 주민들에게 쉼과 여유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경춘선숲길과 화랑대 철도공원, 불암산·영축산 힐링타운 등을 조성한 데 이어 세심하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해왔다. 오승록 구청장은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차별화된 정원을 조성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버려져있던 땅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나비정원을 비롯해 철쭉동산 수국정원 산림치유센터 등을 갖춘 불암산 힐링타운이 대표적이다. 오 구청장은 “불암산 자락 후미진 곳으로 방문객도 없고 쓰레기만 버려지던 땅이었다”며 “올해 철쭉제 ‘다시, 봄’에는 23만여명이 방문해 즐겼다”고 설명했다. 산자락 정원에서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는 무장애숲길과 보행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전망대도 주민들 자랑거리다. 이달 개장한 월계동 초안산 수국동산 역시 쓰레기가 버려지고 불법 경작을 일삼던 산림훼손지를 정비해 탈바꿈시킨 곳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 어울림정원상에 빛났던 월계동 ‘비석골 휴가든’을 비롯한 생활형 정원 역시 유휴공간을 활용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나 근린공원 내에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휴가든은 현재 15개 3520㎡에 달한다. 자원봉사로 출발한 주민들은 정원 유지관리를 맡는 마을정원사로 육성했다.

다양한 정원에는 문화예술을 더했다. 당현천 산책길에서는 매년 빛과 조형물이 어우러지는 노원달빛산책 전시가 열리고 경쾌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음악분수 일대는 청소년들도 즐겨 찾는 놀이공간이다. 경춘선숲길 내 불빛정원과 숲길갤러리, 이색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 등과 연계한 커피축제와 수제맥주축제는 즐길거리를 넘어 주민들 자긍심을 높이는 잔치가 됐다. 강진경씨는 “전에는 주공·임대아파트 많고 못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지금은 다른 동네 주민들이 놀랄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찾아가서 즐기는 거점형과 집 근처 생활 속 정원까지 70~80%는 완성했다”며 “경춘선숲길 연장, 서울시내 유일한 휴양림 등 나머지도 2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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