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암환자 사회복귀 위한 '합리적 배려'

2022-02-04 11:32:41 게재
정승훈 사회적협동조합 온랩 이사장

매년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해 신규 암 발생자 수는 25만명을 초과했다. 치료 후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을 포함하면 215만명 이상이 암을 경험했다. 놀라운 점은 215만명 중 59.1%가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이다. 앞으로 암 생존자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이들의 온전한 사회활동을 위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변화가 필요하다.

고용유지와 직장 복귀 가이드 있어야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질병이다.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암의 원인을 개인의 생활에서 찾으려고 한다. '네가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렇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때문이다' 마치 무언가 잘못을 해서 암을 진단받았다고 생각하게 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팬데믹 사태를 통해 질병이 낙인이 되고 차별로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봐왔다. 질병이 찾아온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 투병으로 변화된 일상의 책임은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실제 병원에서도 치료 과정 중에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작은 변화에도 체계적으로 대처한다. 그러나 치료 후 체력의 회복과 사회 복귀에 질문을 하면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된다' '본인이 할 수 있을 때 시작하면 된다' 등의 모호한 답변만 돌아온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배려는 지속되기 어렵고 제도로 규정한 배려는 강력한 제재가 없다면 지속되기 어렵다. 하물며 내 가족의 돌봄도 치료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보호자도 지치게 된다.

직장 내에서 암 경험자와 함께 일하기 위한 배려가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투병환경의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포용적인 사회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직장 학교 지역 사회에서 충분한 소통이 없다면 결국 공급자 중심의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형식적인 돌봄이 될 것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배려를 위해 당사자와 소속된 조직의 구성원이 함께 배려의 방법과 범위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치료 중인 환자에게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치료와 동시에 직장을 잃을 경우 경제력 상실과 자기효능감 저하로 환자의 불안을 키우게 된다.

여성가족부에서 '육아 휴직 후 직장 복귀 가이드'가 제공되는 것처럼 암 환자를 비롯한 중증질환자의 직장 복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기업에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배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일과 치료가 양립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의 적극 도입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암 환자의 고용을 유지하거나 암 생존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상응하는 혜택을 줌으로써 고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치료 후 회복을 위한 지원 필요

1인가구와 맞벌이 가구에서 암은 한 가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회사에서 유급휴직에 제공되지 않은 이상 가구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계유지를 위한 고정비에 치료비까지 더해지면서 경제적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온다. 암으로 경제력 상실과 자산을 소진한 경우라면 치료 후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게 되며 때에 따라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상병수당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이 아니다. 경제력을 상실한 환자의 치료 계속, 치료 후 회복과 사회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암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치료 중인 환자보다 치료를 마친 암 생존자가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암 경험자의 원활한 사회 복귀는 우리가 지금 당면한 과제이다. 암 진단을 받아도 안심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