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2024
‘공정과 상식’은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국민은 그것을 믿었고, 이 구호는 윤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그러나 임기 절반을 넘긴 지금 절대 다수 국민은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의 대통령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의 2년 6개월은 불공정과 비상식, 그리고 ‘무지·무능·무당’의 3무 시기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윤석열정부는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라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2년 6월 윤 대통령은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를 기용하기보다는 자신이 근무하던 검찰인사를 중용했다. 이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근래들어 윤 대통령은 입만 열었다하면 연금 교육 노동 의료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들 개혁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특히 의료계와 상의도 전혀 없이 추진한 ‘의대생 2000명 증원’은 응급실 마비
11.12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외쳐왔던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당장 11일(현지시간) 중앙아시아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개막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정상회의(COP29)가 동력을 잃을 판이다. 잔여 임기 60일을 남긴 바이든정부의 미국 대표단이 탄소감축 협상에서 힘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바이든정부가 해놓은 일을 어떤 방법으로든 뒤집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그 첫 과녁이 인플레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 될지 모른다. 이 법을 일컬어 “중국만 이롭게 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어떻게든 손볼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 법은 이념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트럼프의 유감이 잔뜩 서려 있을 것 같다. IRA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바이든정부가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해 미국의 에너지경제 구조를 기존 화석연료 위주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담대한 프로그램이다. 2023년부
11.11
권력과 공감의 관계는 얄궂다. 공감능력은 권력을 만든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권력이 위기를 맞는다. 지도자가 되고 권력을 얻으면 공감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권력을 쥐면 뇌가 바뀌기 때문이다. 회사의 팀장 같은 작은 권력에도 취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어려워진다. 사람은 대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고 ‘거울뉴런(mirror neuron)’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른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키운다. 거울뉴런은 모방과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뇌세포다. 다른 사람의 특정한 행동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직접 행동하거나 겪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다. 임기 반환점(10일)을 지난 윤석열 대통령이 최악의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탓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주 2시간 20분 동안 이어간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는 공감능력 부재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집권당 안에서도 ‘대통령
11.07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존 홉필드는 원래 고체물질의 성질을 양자역학 이론을 이용해 탐구하던 물리학자였다. 물리학자가 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더니 지도교수가 아직 제대로 이해 안된 실험 결과 몇 개를 알려주면서 그중 하나를 탐구해보라고 했다. 그가 몇년 간 고민 끝에 제안한 ‘폴라리톤’이란 존재는 지금도 고체물리학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개념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엔 벨 연구소에서 고체물리학을 개척하는 천재들과 교류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고체 물리 이론 부서의 수장이었던 헤링의 제안을 따라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실험 물리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아직 해결 안 된 난제를 찾아 이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했다. 1968년, 35세의 그는 더 이상 고체물리학에서는 자신의 흥미를 끌만한 문제가 없다 싶자 다른 관심 분야를 찾기 시작한다. 홉필드는 프린스턴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헤모글로빈의 성질을 물리학적 실험 도구를 이용해 연구하는 슐만이란 학자를 만난다. 새로
11.06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월 11일 기준금리를 0.25%p 내린데 대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3개월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5명이었고, 나머지 1명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기침체의 위험보다 금융안정을 중시하겠다는 뉘앙스였다. 금통위의 관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한은이 예상한 0.5%에 크게 못 미치는 전분기 대비 0.1%에 그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3분기 수출이 0.4% 감소하고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 0.2%p로 떨어진 점이 주목받았다. 기획재정부와 국무총리를 필두로 정부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회복을 낙관해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통령마저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단언하기에 이르렀다. 비판의 화살이 한국은행에 돌려진 것이 ‘금리인하 실기론’이다. 한은이 8월에 금리를 동결하지 말고 먼저 인하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거듭 내수침체에
11.05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공전의 빅히트를 했다. 빅히트의 수혜자들은 많다. 매출이 수배 껑충 뛰었다는 출연 요리사들이 즐비하다. LG전자 등 협찬사들도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단연 최대 수혜자는 백종원 심사위원이다. 백 대표의 더본코리아 공모주 청약에 11조8000억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의 청약경쟁률은 무려 772.80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3만4000원으로 공모가 희망 범위(2만3000~2만8000원) 상단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투자 광풍은 “백종원의 영향력이 미슐랭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세간 일각의 평가 때문이다. K-푸드 열풍에 기대 현재는 걸음마 단계인 해외매출의 폭발적 성장가능성을 주목하고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중요한 대목이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35.4%만 청약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15만주 이상의 실권주가 무더기 발생했고 이는 일반공모 물량으로 돌아갔다. 왜 정작 더본코리아 직원들은
11.04
윤석열 대통령은 현 시국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정권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정도의 메가톤급 사건이 연일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안일한 대응 모습을 지켜보면 이런 의문이 강하게 든다.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환경은 이미 최악에 가깝다. 명태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통령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세간에서 손가락질 받는 조롱의 대상이 돼 버렸다. 퍼스트레이디로부터 ‘무식하고 철없는 우리 오빠’ 소리 듣는 대통령이 됐으니 정치든 정책이든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는 야당 손에 있고 나라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여론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나빠진 상태다. 그의 5년 임기는 이제 겨우 절반을 지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니” 하며 속상해한다. 매주 조사 발표되는 대통령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더니 어느새 탄핵 전 박근혜 대통령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제 대통령 이름이 포함된 기사 뒤에는 ‘하야’ ‘탄핵
10.31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꿈꿨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중국 최초의 황제 아닌가. 황제라는 칭호도 전설의 ‘삼황오제’를 다 합친 거다. 그야말로 절대 권위이다. 그래서 서복을 동쪽으로 보내 불로초를 구하려 했다. 병마용이 증명하듯 장생에 실패했다. 향년 49세로 요즘으로 보면 단명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영원불멸을 얻었다. 역사에 이름을 새긴 것이다. 분서갱유 폭군으로 악평을,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룬 인물로 찬사를 동시에 받으면서. 어쩌면 유한한 인간은 이름을 남김으로써 무한을 얻으려 하는 걸까. 그리스신화에서 아킬레스가 죽음의 예언에도 불구하고 트로이 전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후세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계백 역의 박중훈이 전투에 나서며 처연하게 내뱉는다. “호랭이는 죽어서 거죽(가죽)을 냄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냄긴다고 혔다.” 그러면서 “제발 깨끗이 가랑께” 처자식에
10.30
전산학 분야 중에서 인공지능(AI)을 연구해온 대학교수와 기업연구소 연구자 5명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일을 놓고 기초과학계 충격이 크다. AI의 대부격인 2명을 비롯해 알파고를 만든 소장 연구자 3명이 그들이다. 전산학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전산학계 노장은 물론 소장까지도 노벨상을 함께 거머쥐었다고 하는 사실은 전산학의 위상을 생각하게 한다. 언론의 주요 논평은 이렇다. 기초과학의 혁신은 자체적으로 한계에 봉착했으며 과학계의 연구방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전산학에 의해서 가능해지기 시작했다는 의견, 과학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앞으로는 AI가 아니고는 풀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산학 중심의 시각, 또는 의학계의 히포크라테스가 컴퓨터계의 영국 튜링과 만난 것이라고 보는 기초과학 중심의 견해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해내는 데 성공했고 단백질 구조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파악하기 위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알파는 구글을 지칭)라
10.29
전쟁 때문에 이스라엘도 러시아도 방문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평화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낀다. 한국관광객들은 동남아시아나 유럽을 많이 찾게 되었다. 유럽 도시들을 방문하다 보면 곳곳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교회와 성당들을 지나칠 수 없다. 그런데 막상 교회나 성당에 들어가 면 현재보다는 역사를 느끼게 된다. 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교의 입장이 사회적 이슈를 보는 여러 시각의 하나로 밀려났다. 예를 들어 동성애, 낙태 등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이슈들인데 항상 논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종교적 입장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보고자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근대의 계몽사상가들이 합리성에 기초한 인권과 민주주의 체제를 옹호했고 그 토대 위에서 사회체제에 진보가 이루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역설적인 것은 예를들어 ‘인권은 천부적이다’라는 표현이 ‘권력은 하늘에서 온다’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종교적 교
10.28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가 큰 파문을 낳고 있다. 북한이 파병 댓가로 핵과 ICBM 등 군사기술을 이전받을 것이라는 둥,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참전하게 될 것이라는 둥 여러 가지 분석과 억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4일 폴란드 대통령 환영행사가 열리던 용산 대통령실에 대통령 내외를 원색적으로 조롱하는 북한 전단지가 살포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반체제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장소와 시간을 특정해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신경전이 여기까지 온 것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결노선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전략도 정책도 없이 북한을 넘어뜨리겠다는 고식지계가 이제 부메랑이 되어 사태를 키워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하고 무기력하다. 북이 도발해오면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하겠다며 ‘즉강끝’을 외치던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와 무력대응 자
10.24
꼭 8년 전 오늘이다. 2016년 10월 24일 앵커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저녁뉴스 시간에서였다. JTBC는 태블릿 컴퓨터 자료를 근거로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받았다고 단독보도한다. 그날 이후 민심은 폭발한다. 수많은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대규모 시위는 국회가 ‘박근혜 탄핵’을 가결시킨 12월을 넘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다음해 3월까지 계속됐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는 그로부터 2년 전인 2014년부터 거론됐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던 박관천이 최순실이 청와대 비선실세라고 폭로하면서 민심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7월 TV조선이 최순실의 재단법인인 미르재단과 그 모금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당시 국민 분노는 대단했다. 민심은 폭발했고 광장은 절규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촛불시민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엄청난 군중이 모였는데도 하나의 폭력도
10.23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까지 감행했다. 국가정보원 보고다. “북한군 특수부대원 1500여명이 우크라이나 파병을 전제로 러시아 군부대에서 적응훈련을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한다. 러시아 해군 수송함이 북한 군인들을 실어 나르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북한군 선발대는 특수부대 ‘폭풍군단(11군단)’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군기지에서 훈련이 끝나면 곧 전선에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왜 파병까지 가게 되었을까? 러시아와 북한은 1961년 체결한 ‘조·소동맹조약’으로 군사동맹을 유지해왔다. 소련 붕괴(1991년 12월)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개방) 열풍이 조·소동맹을 폐기시켰다.(1996년 9월) 반면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국가 간 교류가 정상화됐다. 2년 뒤 1992년 ‘한·러 기본관계조약’을 체결했다. 다음해인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러 관계는 급속도로 개
10.22
인공지능(AI)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능력으로 숨어 있는 패턴, 연계성 및 비효율 등을 찾아내어 기업 경영에서 변화 추적, 결과 예측 및 시스템 행동 향상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능력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AI의 천문학적인 전력 사용을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기후변화에 바람직한 영향을 주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AI 산업과 기술의 확산을 고려하면 AI로 인한 기후위기 심화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까지도 원자력에너지는 적은 온실가스 배출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한 그린에너지가 아니며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퇴출대상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방사능 누출 사고는 그런 인식을 강화시켰다. 1979년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냉각시스템 오작동으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해 원자로가 폐쇄됐다. 이 사고로 미국민들 사이에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은 한개의 원자로는 40년 동안 가동되다가
10.21
10월 초에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 한편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캐나다 출신 여성 작가인 미레일 시코프가 책 읽기를 죽도록 싫어하는 12세 딸에게 책 한권을 읽을 때 100달러의 ‘뇌물’을 주어 딸의 독서습관을 고쳐 놓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퍼득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이 책 안 읽는 아들 딸들에게 이 방법을 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엄마(시코프)가 보기에 딸이 자기 나이 때에 비해 훨씬 똑똑한데 큰 문제가 있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서에 관심을 가질 나이인데도 책읽기를 싫어해서 재미있는 소설 같은 책도 몇쪽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고작해야 만화 소설을 보거나 ‘해리포터’를 오디오북으로 듣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엄마는 청소년기에 소설 같은 책을 읽어야 간접체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딸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려 했지만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딸은 ‘책 안 읽는게
10.17
이른바 ‘먹방’은 시청률 보증수표이다. 최불암씨가 입맛을 다시던 ‘한국인의 밥상’은 어느덧 13년째 롱런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3인 진행체제로 개편됐지만 만화 ‘식객’의 작자 허영만씨는 6년째 ‘백반기행’ 중이고. 나영석PD의 스타성을 확인해 준 ‘삼시세끼’ 첫 방송이 2014년 10월 17일이다. 딱 10년 됐다. 그동안 산촌 어촌을 거치더니 지난달 미스터트롯 임영웅을 게스트로 ‘삼시세끼 라이트’가 새 시즌을 시작했다. 먹방은 지상파 케이블 홈쇼핑 유튜브 등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먹고 보는 아이들’은 대만 태국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홈쇼핑은 구독자 900만명 유튜버와 콜라보로 먹방 생방송을 진행한다. 뭐니뭐니 해도 먹방의 최대 수혜자는 ‘골목식당’의 백종원씨, ‘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요리사가 아닐까. 그 백종원씨와 최현석씨가 출연한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 20명과 도전자 ‘흑수저’ 80명이 요리 솜씨를 겨루는 구성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10.16
히틀러가 지구촌 곳곳을 서성거린다. 1933년 선거에서 선출된 자신의 권력을 믿고 국회에 “비상사태이니 국회 입법권을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한 뒤 각종 개혁정책(개악 정책 포함)을 밀어붙인 것과 똑같은 정치적 행보도 보인다. 아르헨티나에서 지난해 8월 대통령직에 깜짝 당선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얘기다. 오랜 경제난에 시달렸던 아르헨티나 국민은 개혁적인 새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낮춘다는 명분의 파격행보에서 히틀러 같다는 평을 듣는다. 그를 뽑은 이유는 희석되거나 사라졌고 국민의 실망과 반감은 하늘을 찌른다. 밀레이는 지난해 말 총 664조항으로 된 ‘옴니버스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밀고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2년간 입법부 권한을 행정부에 이양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히틀러도 그랬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인물이 198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인권운동가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92)이다. 그는 “히틀러도 독일 국회에 특별권한을
10.15
목요일 아침 공부모임 ‘루첼라이 정원’은 르네상스와 세계 지성사를 배우는 인문학의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루첼라이 정원’은 이탈리아 문예부흥을 이끈 피렌체의 루첼라이 가문이 16세기 초 운영했던 학당입니다. 이 이름을 딴 ‘루첼라이 정원’은 참석자들에게 통찰력을 제공하는 공부모임입니다. 어떤 모임은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500여명이 모여 아침식사를 함께하면서 공부를 합니다. 이렇듯 서울의 아침 풍경은 공부 모임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듣지 못하는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 이들을 아침 모임에 나오게 합니다. 아직은 공부와 더불어 네트워크도 강화하는 모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부 그 자체의 내용이 풍성해야만 참석하겠다는 분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침 모임에 나가서 공부하면서 다른 공부 모임에서 특강 요청이 들어오면 부족하지만 불가피하게 나가 강의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세상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곤
10.14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지난 목요일(10일) 저녁 8시가 갓 지날 무렵 영시공부모임 단체대화방에 ‘한 강 노벨문학상 수상!’ 아홉 글자가 떴다. 누군가 희망사항을 장난삼아 올렸겠지 여겼다. 곧이어 ‘진짜? 믿기지 않은 쾌거입니다.’ ‘브라보!’ ‘우와!!!’ ‘오!’ 같은 문자가 속속 올라왔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고 주요 신문 인터넷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긴급 속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가짜뉴스구나! 하고 말았다. 조금 뒤 국제뉴스를 가장 빨리 전하는 연합뉴스 사이트에서 ‘[1보] 노벨문학상에 한국 소설가 한강’이라는 제목만 있는 속보를 발견했다. ‘진짜구나!’ 그제야 문학적 수사가 필요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사실 오랫동안 스스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희망고문해 온 한국인들은 ‘아직은’이라는 체념상태에 빠져 있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눈물이 고였다.” 시민들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탄생에 환호작약했다. “살다 보니
10.10
더위로 미루었던 성묘와 벌초를 하러 고향에 다녀왔다.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를 체감한다. 매년 느끼지만 동네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전전해에는 동물병원이 문을 닫았고, 전해에는 옷 짓고 수선하는 집이 사라졌다. 올해에는 마을에 하나뿐이던 슈퍼마켓이 문을 닫을 모양이다. 인구가 더 감소할 조만간 보건소나 우체국같은 사회 기반시설(인프라)마저 유지하기가 버거워질 일만 남았다. 이미 3300여개 우체국을 거느린 우정사업본부는 ‘세금먹는 하마’라는 반갑지 않은 별칭을 갖고 있다. 작년에 일반 우편사업에서 17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고령화와 함께 분산된 거주구조는 지방필수의료의 붕괴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의사가 아무리 많아져도 지방에 민간사립병원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현대의료는 고가의 장비에 의존하는데 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에 최소의 의료장비조차 투자할 수 없다. 불현듯 “소는 누가 키우나” 라는 옛적 유행어가 떠오른다. 사과 시금치 상추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