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찰불화 명작강의

우리에게도 걸작 종교화가 있다

2016-11-04 10:28:10 게재
강소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만원

유럽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여행 일정에 당연히 미술관을 포함시킨다.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에 들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보고, 밀라노 산타마리에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 가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관람하며 500여년 전 천재들의 걸작을 직접 접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왜 이런 걸작이 없는지 아쉬워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비슷한 시기 뛰어난 종교화가 있었다. 한국 전통미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불화(佛畵)가 그것. 그동안 서양미술의 성가에 눌렸지만 최근 우리 불화도 종교적 상징성과 회화적 형식미를 갖춘 뛰어난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기업인이 14세기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를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불화에 대한 관심의 반영인가, 불화의 가치와 의미를 미적 종교적 역사적 관점에서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 출판됐다. 불교 전문 출판사인 불광출판사가 '사찰불화 명작강의'를 냈다. 오랫동안 불교문화재를 연구해온 강소연 중앙승가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가 친절하게 독자를 불화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 저자는 원로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선생의 딸로 어려서부터 문화재와 관련된 분위기 속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해왔다.

저자는 '사찰불화 명작강의'에서 불교 종교화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불화 10점을 소개한다. 무위사의 '아미타삼존도'(국보 제313호), 해인사의 '영산회상도'(보물 제1273호), 동화사의 '극락구품도'(대구시 유형문화재 제58호), 갑사의 '삼신불도'(국보 제 298호) 등.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불화의 세계를 저자는 같이 여행이라도 하면서 설명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풀어낸다. 작품과 사찰에 얽힌 얘기와 역사, 흥미로운 일화를 곁들여서. 물론 종교화가 지향하는 핵심내용인 '가르침'을 놓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찰불화 명작강의'는 불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인 셈이다.

깊어가는 가을 절집을 찾을 일이 있다면, 자연경관과 절집만 볼 게 아니라 그 절에 소장된 불화도 관심을 갖고 볼 일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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