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4
2026
1974년 8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 직전까지 내몰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대낮에도 폭음을 하는 등 심각한 알코올 의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닉슨은 연방 의원들과의 술자리에서 “내가 전화기만 들면 20분 안에 7000만명을 죽일 수 있다”는 섬뜩한 농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군 통수권자가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제임스 슐레진저 당시 국방장관은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를 비밀리에 소집해 비공식적 지침(Schlesinger Instruction)을 하달한다. “대통령으로부터 핵 공격이나 비정상적인 군사행동 명령이 내려올 경우 나(슐레진저)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확인을 거치기 전에는 집행하지 마라.” 키신저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슐레진저와 긴밀히 협력하며 닉슨의 돌발발언이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필터링했다. 트럼프 언행에 대한 ‘필터링’ 부재가 만든 불안 이란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증세는 날로
04.0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로 이란과의 종전협상 시한을 또다시 하루 연장했다. 지난달 21일 ‘48시간’ 최후통첩을 시작으로 23일엔 닷새, 26일엔 열흘, 그리고 이번 하루까지 모두 3차례 연장이다. 트럼프가 이처럼 “석기시대로 되돌려보낼 것” “지옥문이 코앞까지 왔다”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최후의 시간을 계속 늦추는 이면에는 전쟁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데 대한 초조함이 엿보인다. 시한연기를 알리는 그의 말들은 강력한 결단의 언어가 아니라 판돈을 다 잃을까 두려워하는 도박사의 비명에 가깝다. 앞서 그가 트루스소셜에 “이 미친 X들아, 당장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낸 것도 마찬가지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큰소리에는 ‘제발 전쟁을 끝낼 명분 하나라도 던져달라’는 안달이 묻어난다. 자신의 구상과 달리 확전의 늪으로 빠져드는 전쟁 양상과 이란의 완강한 버티기 앞에 그는 지금 ‘최후통첩의
03.25
추락하는 보수는 날개도 없는가. 지금 대한민국 보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싸고서다. ‘시대교체’ ‘세대교체’를 내걸며 혁신공천을 장담했지만 실제는 정반대다. 오히려 ‘윤 어게인 세력’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활짝 길을 터주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절윤(節尹)’을 선언하고 채택한 결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다. 이는 단순한 지방선거 전략의 실패를 넘어 보수정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헌법적 가치와 도덕적 가이드라인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스스로 보수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할 보수가 내란세력을 내재화하는 순간, 보수는 더 이상 보수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극우의 보수정당 사유화 자체가 보수의 비극 보수의 침몰 양상은 국민의힘이 쇄신과 외연확장을 내걸고 추진한 ‘청년 오디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청년인재’를 발굴해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삼겠다는 취지의 온라인 투표
03.10
6.3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의 망령이 또다시 여의도 정치권을 배회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 주체가 변방의 선동가들이 아닌 제1야당 지도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극우 유튜버 전한길 등이 참여한 부정선거 토론회 이후 ‘선거 시스템 재설계’를 언급하며 “당 차원의 TF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토스해주니 장 대표가 스파이크를 때린 격”이라는 전한길씨 자평처럼 공당의 대표가 음모론의 공격수로 나선 모양새다. 그 직후 “부정선거 망상에 기대는 장 대표는 보수를 좀먹는 암세포”(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 “공천에서 음모론자를 우대하겠다는 신호”(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진영 내 비판이 잇따랐지만 정작 장 대표는 요동도 하지 않았다. 제1야당 지도부가 음모론 옹호하는 부끄러운 현실 윤석열이 내란을 획책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빌미삼기는 했지만 음모론이 이처럼 선거를 앞둔 시기
01.26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발견된다. 20대(19~29세)의 여권에 대한 태도가 그것이다. 이들은 전 연령층을 통틀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냉소적이다. 한국갤럽의 1월 4주차 데일리오피니언(1월 20~22일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4%에 지나지 않는다. 40대(76%), 50대(77%)는 물론 연령효과(age effect)로 보수지향성이 강한 70대 이상 연령층(49%)보다 낮다. 민주당 지지도도 25%로 60대의 39%, 70대 이상의 38%보다 훨씬 아래다. 이런 추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대는 반(反)이재명전선의 최선봉에 서 있는 셈이다. 숏폼의 낙인을 여과없이 소비하는 세대 한때 3040세대와 한 묶음으로 분류됐던 세대의 반진보 정서는 많이 낯설다. 탄핵광장을 K-민주주의 콘서트장으로 만들었던 MZ세대 이미지와도 꽤 거리가 있다. 하긴 서울서부지법 폭동이나
01.14
“피고인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에 대한 내란특검의 결론은 ‘사형’이었다. 헌법수호의 최고 책임자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의 대표가 국민의 삶을 망가뜨리려고 한 최악의 범죄에 대한 당연한 응보다. 이것은 단순한 형량의 의미를 넘어 무너진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역사의 외침이기도 하다. 재판 내내 윤석열이 보여준 모습은 한때 대통령을 지냈던 이로서의 품격은커녕,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결여된 ‘비겁한 권력자’의 전형이었다. 그는 비상계엄의 이유를 야당 탓으로 돌렸고, 위헌위법한 부분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백성들의 증오와 경멸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윤석열은 궤변과 변명으로 일관하며 스스로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런 그에게 중형이 선고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제 사법부는 역사의 무게에 응답해야 한다. 공적 이성을 상실한 권력중독자의 추한 뒷모습 윤석열은 국민에게
12.31
2025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5년이 저물어간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를 관통해온 화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하신가’였던 것 같다. 지난해 말 느닷없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 죽음 직전까지 내몰렸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저항에 힘입어 극적으로 회생했다. 탄핵광장의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는 ‘아티비즘(Artivism, 예술+행동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K-민주주의는 대한국민의 또다른 자부심이 됐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정치권은 오히려 민주주의 규범을 무너뜨리고 있고, 주권자들 중 일부는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의 노예가 돼 스스로 주인(民主)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매년 167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지난해 12.3 내란사태 후 한국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한 바 있다. 아마 올해 평가에선 제자리를 되찾겠지만 ‘
11.28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내란정권이 무너진 자리에 국민주권정부가 들어선 지도 내일모레면 6개월이다. 내란 주범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내란을 이겨낸 K-민주주의는 K-컬처와 더불어 대한국민의 새로운 자부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란상태다. 내란 주범들은 반성은커녕 무슨 독립투사라도 된 것처럼 당당하기만 하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내란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정권 시절 적폐청산의 교훈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또 다시 오만병이 도져 ‘내란몰이’에 여념이 없다. 내란 1년이 되도록 도무지 바뀌지 않는 정치권 풍경들이다. 모든 것이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내란 주범들의 태도는 국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 같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11.14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여.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전쟁 중이다. 여야 간 아귀다툼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윤석열의 내란과 이재명정부 출범 후의 양상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다. 여당은 제1야당을 향해 다시 ‘내란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야당은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지 반년도 안된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한다.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여야의 이런 진흙탕 싸움 이면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셈법들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의 물밑 관심은 온통 지방선거로 쏠려 있다는 얘기다. 하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지방선거 패배는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일 것이다. 그토록 경멸했던 내란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이재명정부가 딱 1년 만에 레임덕으로 접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 절박감은 여권 못지않다. ‘명청 갈등’ ‘서울시장 경쟁’이 관전포인트 6개월여
10.24
반환점을 돈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의 여야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전문가들은 “F학점도 아깝다”고 입을 모은다. 거대 여당으로서의 책임감도,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강성지지층만 의식한 막무가내식 폭주로 일관해서다. ‘조희대’로 시작해 ‘김현지 방탄’으로 이어진 현재까지의 민주당 국감 대응을 보면 ‘민주라는 이름이 아깝다’ 싶을 정도다. 그나마 캄보디아 사태나 한미 관세협상, 10.15 부동산대책 등 블랙홀처럼 국민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장외 이슈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의 실점은 더 두드러졌을 것이다. 여기에 국감기간 윤석열 면회로 내란정당임을 다시 환기시킨 국민의힘 지도부의 헛발질도 민주당의 민낯을 가리는 요인이 되었을 게다. 내란정당을 민주주의 수호자로 만든 마법 국감이 원래 현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는 ‘야당의 시간’이지만 이번 국감의 경우 윤석열정부의 국정실패를 확인할 ‘여당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