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2
2025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 이날 야당 의원들은 피켓을 들거나 야유는 하지 않았지만 박수도 치지 않고 침묵으로 대응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좀 쑥스럽다”며 에둘러 호응을 호소했다. 퇴정 때에는 국민의힘 의석쪽으로 가서 악수를 나눴다. 앞서 22일 관저에서 진행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첫 회동. 이 자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A4용지 3장 분량의 요구사항을 약 8분 간 읽어 내려갔다. 이 중에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재판을 받겠다고 약속하라’는 것도 있었다. 잠깐 긴장된 순간이 이어졌지만 이 대통령은 “내가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발언했을 때보다 짧은 것 같다”고 농담으로 풀어냈다. 이 모두가 새 정부 들어 바뀐 대통령 주변 풍경들이다. 죽여야 할 ‘적’을 이겨야 할 ‘경쟁자’로 바꾸려면 지금까지 이재명표 협치 노력은 합격점이다. 전 정부가 임명한 각료들과의 ‘불편한 동거’도 별 잡음없이 이끌고 있다.
06.04
이변은 없었다. 윤석열의 내란사태로 시작된 선거는 내란심판으로 끝났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9.4% 득표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2%)를 물리치고 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를 받았다. 김문수 후보 패배는 필연적 결과다. 김 후보도 국민의힘도 애초 대선승리는 안중에 없었다. 원인제공자였던 윤석열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하고, 부정선거 악령도 떨쳐내지 못해 ‘내란심판’ 프레임 속에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단일화 외에는 눈에 띄는 대선전략도 없었다. 이런 선거캠페인에 비춰보면 김 후보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득표를 한 셈이다. 이준석 후보는 10%에 못 미치는 득표율에도 2030 남성에게서 높은 지지를 받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문재인 이명박 전 대통령 ‘오답노트’에 성공비책 있어 이재명 후보의 당선은 또 다른 신화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소년공 출신으로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는 점도 그렇지만, 윤석열정권의
05.21
대선이 10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 진영도 잰걸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측은 보수와 중도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압도적 승리에 더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측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특사를 보내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게 구애하는 등 ‘스몰텐트’라도 쳐보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미 대선 너머로 가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직 몇가지 변수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여서다. 이재명 김문수 후보 지지율 격차는 공식선거운동일 후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의 13~15일 조사에서도 이재명 51%, 김문수 29%, 이준석 8%이었다. 국민의힘이 바라마지 않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판을 뒤집기는 역부족인 셈이다. 새 정부 인사가 향후 정치의 가늠자 될 듯 이재명 후보의 대선 후 행보에 대해서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촉각을 곤두세
05.09
6.3 대선을 20여일 앞둔 지금 비상식적인 변수들이 판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공판 일정을 대선 이후로 미루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대법원의 이례적인 광속판결 여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놓고 버티는 김문수 후보와 밀어붙이려는 당 지도부가 감정 섞인 언사까지 주고받으며 진흙탕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대법원이 스스로 정치 한복판에 끼어든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내란정권의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뽑아놓고는 바로 들러리로 만들려는 국민의힘 행태도 도무지 상식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비상식이 판을 치는 세상이기로서니 국가 지도자를 뽑는 대선이 이래도 되나 싶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대답 듣지 못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 이후 주권자들은 대통령의 자격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십은
04.25
6.3 대통령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간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정치권만 후보선출에 부산할 뿐 정작 주권자인 국민은 심드렁한 표정들이다. 하긴 IMF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한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할 서민 입장에서 대선은 ‘당신들만의 잔치’일 수도 있겠다. 보나마나한 경선판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이나, 내란의 폐허 위에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사정도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일 것이다. 게다가 “누가 해도 윤석열보다 못할라구”라는 식의 지도자에 대한 기대치 절하도 한몫 거들고 있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격 미달의 대통령이 통치할 때 사회가 얼마나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는 지난 3년 윤석열이 확실하게 보여줬다. 철학과 비전부재의 무능한 리더십은 나라를 하루아침에 후진국 반열로 추락시킬 수 있음을 주권자들이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권력에 대한
04.07
120년 전인 1905년 을사년.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은 을사늑약 체결(11.17) 사흘 후 ‘이 날을 목 놓아 통곡한다(是日也放聲大哭)’라는 시론을 써 나라를 잃은 울분을 쏟아냈다. 120년이 지난 2025년 을사년 4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으로 다시 ‘목 놓아 통곡할’ 시론을 쓰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이 파면되지 않았더라면 2025년 을사년 또한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 해’로 기록될 뻔했다. 윤석열 파면 후 국민들은 ‘3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듯하다’고 반색한다. 이제는 ‘내란성 스트레스’ ‘비상계엄 불면증’ ‘탄핵 우울증’이라는 말들도 웃으며 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이 남긴 상처는 깊고 크지만,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지만 그래도 자격 없는 지도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게 만들 것이다. 탄핵광장에 울려퍼졌던 K-팝 ‘다시 만난 세계’ 노랫말처럼 “반복되는
02.28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人不可以無恥).’ 맹자 진심(盡心)편에 나오는 말이다. 예부터 어른들은 “사람이 염치를 모르면 짐승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이 끝난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커녕 최소한의 염치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도 ‘윤석열스러운’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도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도 없었다.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라”(동아) “승복을 약속하라”(조선) 등 보수언론의 주문조차 모르쇠 뭉개버렸다. 늘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일깨우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입에 발린 거짓말을 했고, 북한개입설과 부정선거 음모론의 헛소리를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직무에 복귀하면” 어쩌구 하면서 거듭 국민의 염장을 질렀다. 지금 윤 대통령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계엄선포 후 83일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01.20
윤석열 내란사태가 결국 폭동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극렬 지지층들이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들이닥쳐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내란사태 정국에서 ‘민주주의 원주민’ MZ세대들이 꽃피운 K-민주주의를 아스팔트 극우들이 꺾으려고 한 셈이다. 4년 전 트럼프 극렬 지지층들의 미 의회 난입을 보면서 “저게 민주주의야”라고 했던 비웃음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생겼다. 부끄럽고도 참담한 일이다. 이 폭동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구치소에서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명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앞서 애국시민 운운하며 싸워달라고 극렬 지지층을 부추겨놓고서는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뒤늦게 아니라고 하는 격이다. 자신이 살겠다고 지지세력을 선동해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듯한 윤 대통령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노라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인다. 민주주의 파괴 대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헌정 이후 최초의
01.14
새해벽두부터 난데없이 독재정권의 망령이 소환됐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름도 섬뜩한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이다. 이승만시절 정치깡패집단 이름이자 5공시절 민주화를 요구하던 시민들에게 무자비하게 곤봉을 휘두르던 사복경찰 이름의 백골단이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부활한 것도 어이없는데, 이들이 무슨 애국자인 양 국회로 불러 입에 발린 소리를 한 ‘백골공주’를 보면 숨이 탁 막힌다. 앞서 한남동 탄핵저지 집회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선동꾼 전광훈 목사에게 “너무도 존귀하신…” 어쩌구 하면서 90도 인사를 해 보는 이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말에도 그는 “탄핵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아스팔트 우파 시민들에게 큰 절을 올려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것은 2025년 연초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단면들이다. 둘만 그런 게 아니다. 소수를 제외한 국민의힘 전체가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듯 시대를 거스르지 못해 안간힘이다. 주권자에게 버림받
01.10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은 ‘틀린 말을 매우 그럴 듯 하게 하는’ 환각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환각을 극복하기 위해서 검색증강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라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정도의 접근법으로는 환각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챗GPT-4o, 챗GPT-o1 등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체감이나 언론보도를 보면 환각문제가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은 기간 내에 4o나 o1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전에는 오답을 양산하거나 환각을 이야기하던 AI가 이제는 거의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의 평균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여주며 이제는 환각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간의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시험문제를 4o나 o1에게 던져주면 문제를 꽤 잘 풀어낸다. 깜짝 놀랄 정도의 정확도는 학습
12.31
2024
지금 우리나라는 지도자 한명 잘못 뽑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에 이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파국 선택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버렸다. 정치적 혼란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내리막길이었던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2기 출범 등 엄중한 외교안보적 전환기조차 그냥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는 우울한 마음들을 더 무겁게 짓누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수사는 거부하면서 여전히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중인 양 처신해 국민 부아를 돋우고 있다. “총을 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라” “국회가 해제하면 제2, 제3의 계엄을 하면 된다”는 식의 차고 넘치는 내란 지휘 정황에 대해서는 ‘모르쇠’하면서 무안공항 참사에 대해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염장을 지른 것이다. 그야말로 “용산이무기의 지랄발광”(김용태 신부)에 온 국민이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 전두환만큼 후안무치하고 박근혜보다 더 반역사적인
12.13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민과 국회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12.12 쿠데타 45년 된 날 위헌·불법계엄을 옹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를 알려 주기 위해 계엄을 결정했다”고 강변했다. 또 내란사태 당일 현장 군 지휘관들에게 “의원들을 끄집어 내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들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그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안막았다” “국회를 마비시킬 생각은 없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임기를 포함한 국정을 당에 맡기겠다”고 한 자신의 말도 뒤집었다. “수사건 탄핵이건 싸우겠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담화 뒤 곧바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12 궤변담화는 오히려 탄핵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표현처럼 ‘광란의 칼춤’을 추며 스스로 ‘괴물’임을 입증해 보인 데 대해 전문가들도 국민도 “제정신이 아니다” “뻔뻔하고 후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