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서비스 패러다임, 디지털로 … 리터러시 교육 강화돼야"

2020-05-04 10:44:01 게재

민간 업체 협조로 관외 학술DB 확대 … 코로나19 계기로 저작권 관련 논의 이뤄지길

"코로나19 사태는 디지털 기반의 자료와 서비스가 큰 폭으로 확대되는 하나의 계기가 됐습니다. 도서관 서비스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죠. 지금까지 도서관들이 사서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가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역할을 해 왔는데 비대면 시대에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도서관 방역, 이용자 교육에서부터 저작권 문제, 인포데믹(infordemic, 잘못된 정보가 마치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문제) 등 코로나19 이후의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오후에 집무실에서 만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의 일성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도서관들은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고 드라이브스루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분주하다.

국가대표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은 2월 25일부터 휴관을 하면서 지속 가능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코로나19 재난 아카이브 컬렉션을 구축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정보자원을 수집·보존하는 '오아시스(OASIS, Online Archiving & Searching Internet Sources, www.oasis.go.kr)' 사업을 하고 있다. 재난 아카이브 디지털 컬렉션은 이 사업의 하나로 세월호 침몰사고 등도 보존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다룬 웹사이트 웹문서 동영상 이미지 등 웹자료를 보존, 서비스한다. 20일 기준 2500여건이 축적됐다.

■휴관 기관 동안 국내외 학술 DB들의 관외 서비스를 확대했다.

관외 서비스가 가능한 학술DB들은 기존 27종에서 37종으로 늘었다. 많이 이용하는 국내 DB인 누리미디어 DBPia, 코리아스칼라, 학술교육원 e-article이 포함됐고 해외 DB 중에는 네이처(Nature) 스프링거(Springer) 등이 포함됐다.

평소 이용자들은 국립중앙도서관을 방문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약돼 있는 도서관 2190개를 방문해 해당 DB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들이 모두 휴관을 했기 때문에 출판사, 민간 DB업체들의 협조를 받았다. 전자책 1300종도 구독, 관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다 보면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저작권이다. 저작권을 보호하면서 이용자도 만족스러운 해결책은 없을지 논의가 활성화됐으면 한다.

우선,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관내 서비스만 가능한, 디지털화 자료의 84%에 달하는 110만권에 대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관외에서도 이용하도록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하는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도서관법에 의해 온라인 자료를 납본 받게 돼 있는데 납본율이 전체 자료의 15%로 낮은 것도 문제다. 어떻게 납본율을 높일지 고민한다.

■학술DB도 디지털 서비스 중 하나인데, 가격 인상으로 대학도서관이 힘들어 한다고 들었다.

대학도서관은 학술DB 예산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도서를 구매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학술DB를 구독하자는 국가 라이센스 도입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은 논의 단계다.

다만 국가라이센스가 도입된다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국립중앙도서관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소속돼 있지 않은 연구자들을 위해서다.

또 온라인에서 무료로 학술DB에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가 보다 확산됐으면 한다.

■해외 도서관들이 국내 도서관들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국내 도서관들은 휴관 중에도 드라이브스루, 택배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해외 도서관들도 우리나라 도서관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최근 아일랜드, 체코국립도서관에서 드라이브스루 운영 체계, 방역에 대해 문의해 왔다. 이란국가도서관은 함께 코로나19 대응 서비스 관련 컨퍼런스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서비스에 대해 어떤 논의가 더 필요할까.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가짜정보, 혐오정보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현상을 인포데믹이라고 한다. 가짜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소외 계층을 위한 서비스도 더욱 중요해진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닥치면 소외 계층이 가장 많이 희생된다. 정보가 없으니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들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방역에 대해서도 보다 연구될 필요가 있다. 책 소독기나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100% 안전할까.

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포스트 코로나 준비 TF'를 구성했다. 코로나19 이후의 도서관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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