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주목받는 '제4의 인뱅'

2021-06-10 11:32:37 게재

기존 은행, 인터넷은행 약진에 '군침' … 금융당국, 이른 결론은 어려울 듯

토스뱅크 인가 은행권 긴장

국내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뱅크)으로 토스뱅크가 금융위의 정식 인가를 받으면서 벌써부터 네번째 주인공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은행계열 금융지주사가 인터넷뱅크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시중은행과 이들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는 토스뱅크 설립이 공식화되면서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생길 때만해도 워낙 큰 규모의 차이로 인해 크게 긴장하지 않던 거대 시중은행들도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전히 자산 및 수익규모 등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만, 인터넷뱅크의 시장 잠식 속도가 워낙 빠르다.
제3호 인뱅 토스뱅크 본인가 획득 | 토스뱅크가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았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2월 5일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이다. 토스뱅크는 이르면 9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사무실의 모습.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설립 4~5년 만에 이용자만 각각 1650만명과 600만명을 넘어섰다. 예금 잔액도 각각 26조원과 13조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이들 인터넷뱅크의 가장 큰 장점은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하면서 기존 은행들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스뱅크의 출현은 인터넷은행이 은행산업의 단순한 메기 역할을 넘어 미래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토스뱅크 대주주인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9일 언론인터뷰에서 "20대의 80% 이상, 30대의 60% 이상이 토스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젊은 고객이 토스뱅크의 최고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토스는 현재 2000만명 가량의 잠재적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만 800만명에 달한다. 이 대표는 "토스 앱에 가입해 있는 2000만명을 고객으로 하는 것이 토스뱅크의 1차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시중은행도 인터넷뱅크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은행계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지난달 그룹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담은 건의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건의서에서 기존 시중은행이 인터넷뱅크를 설립할 경우 △디지털친화로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 강화 △유통과 통신, 배달 등 플랫폼 연계 서비스에 따른 소비자 편익 증진 △인터넷뱅크의 경쟁 유발에 따른 서비스 질 향상 등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해외사례를 통해 기존 은행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아메리칸익스프레스뱅크와 앨라이뱅크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에도 미쓰비씨UFJ 등이 출자하거나 IT 및 유통기업 등이 만든 10여개의 인터넷은행이 경쟁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그룹마다 인터넷뱅크에 대한 의지나 실제 준비하는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곳도 있다"면서 "기술적 한계나 중복투자의 문제를 우려하는 점도 있지만 외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큰 틀에서 은행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당장 네번째 인터넷뱅크와 금융지주사의 진출 허용 등에 대해서 신중한 모습이다.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우선 토스뱅크의 성공적인 출범과 기존 3개 인터넷뱅크 체제의 안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2018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위한 규제의 완화, 소비자보호 강화 등의 기조에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산업 전반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해나가면서 인터넷은행의 추가 설립 등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은 당장 토스뱅크의 설립까지 지켜보면서 정책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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