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어린이 놀이터'로 탈바꿈한 사연

2023-06-21 10:50:46 게재

성북구 '가족·젊은 고객' 유치 시동

시장 활성화에 인성교육 효과 기대

"생선~ 생선 보러 가요." "간식이 많아요." 지난 10일과 17일 두차례에 걸쳐 서울 성북구 3개 시장이 아이들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선 아이들은 시장 초입에서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는데다 익살스러운 광대, 동물과 꽃 모양 페이스페인팅에 '취향저격' 선물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성북구가 각 시장 상인회와 손잡고 준비한 '2023 우리 동네 시장 나들이' 풍경이다.
최근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우리 동네 시장 나들이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과 추억을 남기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21일 성북구에 따르면 시장 나들이는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연계한 체험행사다. 아이들이 전통시장에 친근감을 갖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시장별 특성을 살린 참여·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상인과 고객간 상생을 꾀한다는 취지로 준비했다.

길음시장과 정릉시장 돌곶이시장 세곳 상인회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고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시 지원금을 활용해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주말에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박성우 길음시장 상인회장은 "총 80개 점포 가운데 청년 상인은 10명도 안될 정도로 고령화됐고 그만큼 침체돼 있다"며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아이들 체험을 계기로 방문하면 상권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가족당 1만5000원 가량 선물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유도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놀이와 체험행사 공연도 준비했다. 마술 비누방울 공연과 풍선예술 제기차기 딱지치기 등이다. 페이스페인팅과 함께 100% 선물 당첨으로 연결되는 룰렛 놀이는 자녀와 손자녀 손을 잡고 방문한 성인들 발걸음도 붙들었다. 9살 딸과 7살 아들 손을 잡고 길음시장을 찾은 유미선(37·정릉동)씨는 "알록달록하고 먹거리가 많아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특히 건어물에 관심이 많아 매번 들른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건만 구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인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정서적 효과도 크다. 31개월된 딸아이를 동반한 권정숙(48·길음동)씨는 "수선 맡기러 자주 나오는데 아이가 넘어졌을 때 상인들이 자기 일처럼 챙겨주었다"며 "요즘 세상이 팍팍해서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석관동 석관어린이집에서는 원아 28명 가운데 15명이 전통시장 나들이에 동참했다. 김진애 원장은 "아이들이 다양한 곳에서 물건을 구입하면서 상품권을 여러 곳에서 사용했다"며 "아이들 나들이 겸 부모-자녀 대화의 시간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이라며 평가했다. 그는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상인들을 비롯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길음시장에서는 상인회 사무실 공간을 활용해 장 보기 체험과 인성교육을 연계할 구상을 하고 있다.

성북구는 어린이집을 비롯해 지역·주민 단체와 연계한 시장 방문, 정릉 개울장처럼 대학·주민이 함께하는 행사 등을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상인 교육공간을 마련하고 상인회 업무를 도울 인력과 공동 홍보마케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시기별 문화공연에 올해만 610억원 가량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도 시장 활성화 일환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전통시장 자체 매력을 높이고 소비자가 꾸준히 발걸음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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