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특수활동비도 원점에서 재검토를

2023-07-31 12:09:48 게재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둘러싸고 요즘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23일,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9개월간 집행된 특활비 292억원의 사용내역이 담긴 자료를 내놓았다.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자료를 받아본 '세금도둑잡아라' 등의 시민단체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허점이 많다며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일 막대한 규모의 특활비를 검찰총장이 임의로 집행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필요한 수사 업무에 맞춰 적정하게 집행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런 공방의 진실이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당분간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이 시점에서 분명해진 것은 정부의 특수활동비도 이제 성역의 바깥으로 나오게 됐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보다 엄밀한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된 셈이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정부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정말로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활동비 엄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돼

특수활동비는 정부의 업무 가운데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 수사, 외교·안보, 경호 활동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올해 정부의 특수활동비는 1254억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삭감이나 증액없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됐다고 한다. 작년 본예산보다 1142억원 줄어들었지만, 이는 정보보안비라는 비목이 새로 만들어져 1184억원이 별도 편성됐기 때문이다. 국방과 국내외 정보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두 항목을 더하면 작년보다 더 늘어났다.

특수활동비는 지금까지 예산만 책정됐지 집행내역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도 특수활동비의 필요성을 막연하나마 수긍해왔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모르지만 어쨌든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정보보안비든 특수활동비든 엄밀하게 판단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검찰을 비롯해 국세청 감사원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의 경우 더욱 엄중해야 한다, 이들 기관의 권세는 정부의 다른 부처에 비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처의 경우 말하자면 특수활동비가 아니라 사실상 '특권유지비'로 허비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권은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적지 않고 더 노골적이다. 국회의원들은 현재 일반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를테면 의원회관에 있는 병원 약국 목욕탕 등 여러 시설들을 국회의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등 직무수행에 필요한 헌법상 특권은 분명히 필요하다. 의정활동을 뒷받침하고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일반국민들은 대체로 이해한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곤란하다. 모두가 국민의 혈세로 지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특수활동비와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의구심이 요즘 들어 더욱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누적된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부채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올 들어 세금도 잘 걷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나 국회의원들의 특권 등에 대해 엄밀하게 다시 따져볼 필요가 나오는 것이다.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들의 요구다.

특수활동비나 특권도 국고보조금과 똑같은 잣대로 점검해야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고보조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올 하반기에는 부정 징후가 의심되는 보조사업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재검토 결과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삭감하거나 아예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사심을 갖지 않고 진정으로 국고보조금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보조금을 받는 기관이나 단체들을 옥죄려는 것은 아닌지 분명하지 않다.

이럴 때 진심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수활동비나 국회의원의 특권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똑같이 효율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취지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혹은 낭비요인은 없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폐지하거나 삭감해야 마땅하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