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긴축 예산안, 국회심의 험로 예고 | ③새만금 예산, 이례적 대폭삭감

"제2초원복집 사건" 집단반발 … 지역차별 논란으로 번져

2023-09-01 11:18:48 게재

정부 "모든 SOC사업 원점 재검토 결과, 지역차별과 무관"

야당 "저성장 고통, 국민에 떠넘긴 것" … 총력대응 예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부 예산안이 재정 건전화 기조 속에 적절히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원안통과 불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예산이 대거 삭감된 과학계의 집단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만금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지역차별 문제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마지막이자 윤석열정부 들어 두 번째 정기국회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국회는 오후 2시 본회의장에서 제410회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고 오는 12월9일까지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정기국회는 내년 4월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만큼, 여야 간 치열한 정국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롯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사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논란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예산안 원안통과 못해" =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액을 6% 늘려서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잠시 멈춘 새만금 공사 현장 | 정부가 새만금 개발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비가 내린 전북 부안군 가력도 인근 새만금 공사 현장에 장비가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면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를 6% 이상 늘려서 다시 국회에 제출하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열린 원내대표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민포기, 민생포기, 성장포기, 평화포기, 미래포기 등 '5포 예산"이라며 "저성장 경기침체의 고통을 국민에게 떠넘긴 국민 포기 예산"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내수회복과 투자회복, 성장회복의 '3대 목표'를 갖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사람 중심의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삭감, 전북 '폭풍전야' = 새만금 예산이 75%나 잘린 전북은 내년 예산을 '정치 폭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7조원대 예산이 삭감된 과학계보다 반발이 더 거세다. 특히 전북 정치권은 내년도 예산안이 긴축을 위해 호남권을 희생시킨 '지역차별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을 지역구로 둔 김윤덕·김성주·신영대·안호영·윤준병·이원택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규모 예산 삭감은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 탓으로 돌린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5월 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서에는 새만금 관련 24개 사업 예산 총 7389억원이 담겼다"며 "그러나 어제 정부가 발표한 정부 예산안에는 이중 1861억원인 25% 수준만 반영됐다. 무려 75%에 이르는 5528억원이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가 특정 지역이나 사업에 대한 예산안 편성을 감정적이고 자의적으로 했다면 재량권의 일탈을 넘어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새만금 예산 사태에 대해 마치 선거용 '초원복집 사태 시즌2'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을 의도적으로 고립시켜 전통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기재부의 예산 삭감에 이어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공항·철도·연결도로 사업 등을 재검토 한다고 밝혀 '새만금 SOC 지우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차별 논란 확산 조짐 = 한 야당 의원은 "지난 기재부 인사에서 예산정책을 총괄하는 예산실장 유력후보가 호남이 고향이란 이유로 좌천되고 TK(대구경북) 출신이 임명됐다"면서 "그때부터 지역차별 예산편성이 예고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역차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모두 원점 재검토 원칙에 따랐다"며 "새만금 SOC 사업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서 현재 편성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잼버리 사업과 내년도 예산 편성, 새만금 그리고 관련 지역 예산은 전혀 관련 없이 원칙에 따라 편성됐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공항은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정해진 사업으로 필요한 과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홍식 이명환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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