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9월, '상저하고' 정부 경기 전망 빗나갈 조짐

2023-09-11 11:19:44 게재

추경호 부총리 "9월 이후 수출 등 지표 나아진다"

경상수지 3개월 연속 흑자라지만 '불황형 흑자'

내수·투자 회복세 불투명, 수출감소도 11개월째

글로벌 물가 들썩 … 중국 불황 리스크도 확산세

정부가 올해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했지만,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단 약간 나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수와 투자 회복세가 불투명해, 일부 수치가 개선되더라도 국민들은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우즈벡 경제부총리 회의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IBC(국제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한-우즈벡 경제부총리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1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35억8000만달러(약 4조78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이자·배당금 등 대외 거래로 올린 외부 거래액 간 차이를 의미한다. 지난 5월(19억3000만달러) 흑자로 들어선 뒤 6월(58억7000만달러)에 이은 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이후부터는 수출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지표들이 상당히 괜찮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지표다.

◆'상저하고' 전망 유지하는 정부 = 그러나 연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경상수지는 예상 만큼의 만회는 못하고 있다. 올 1~7월 누적 경상수지는 6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65억7000만달러)보다 200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한은이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70억달러로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남은 5개월 동안 월평균 4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해야 목표치에 이를 수 있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란 점도 문제다.

실제 한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9월 들어서도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1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이 이달 초순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관세청은 올해 9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48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2000만달러였다. 조업일수가 6.5일로 올해(7일)보다 더 짧고 수출액도 더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5%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하반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상저하고' 전망이 유효하단 입장이다.

한은도 7월 경상수지 결과를 두고 "상반기 흑자 규모가 작고 하반기에 큰 폭 늘어나는 '상저하고' 모습을 예상하는데, 이런 모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기저효과' = 정부 기관들이 이처럼 자신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적으로는 '상저하고'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9%로 워낙 부진했던 점과 지난해 경기 흐름이 '상고하저'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경기가 이보다 약간만 나아지면 '상저하고' 전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저효과'에 따른 지표 반등을 믿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하반기 수출이 회복되더라도 부진한 내수와 투자의 경우 뚜렷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2% 감소하면서 3년 만에 최대 감소했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부진한 설비투자도 8.9% 줄어 2012년 3월(12.6%) 이후 11년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발표에서 한 달 만에 '경기 부진 완화'라는 표현을 빼기도 했다. KDI는 지난 8월 우리경제에 대해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으나, 9월 들어선 '수출 부진이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라며 의미를 한 층 좁혔다. 수출지표만 일부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다.

◆3%대 물가, 실질소득 감소로 = 하반기만 해도 잡힐 것 같았던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는 점도 좋지 않은 징후다. 8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로 7월(2.3%)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 소비자물가 역시 둔화세가 정체되고 있다. 물가 리스크는 소비심리는 물론 국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같은 글로벌 물가상승 조짐은 국제유가 추이가 불안한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강력한 추가 감산 의지를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는 무역수지도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세계경제 3분기부터 하락? =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2분기를 정점으로 '피크아웃'(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중국의 대차대조표 불황 등을 하반기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주요 선진국은 2분기를 정점으로 회복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흥개도국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둔화할 것으로 봤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9%에서 내년 0.8%로, 중국은 같은 기간 5.1%에서 4.6%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달러 강세도 세계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주요 요인이다.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경제 불안과 금리 역전 차로 자본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침체 이슈에도 주목했다. 중국의 소비와 투자가 경직돼 장기불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158.2%를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 가격 및 거래량,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개발사의 디폴트 위기는 중국이 장기 불황에 들어설 것이라는 주장을 더 확신하게 만든다. 중국의 주택거래량은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있던 2021년 7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주택 거래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전년 대비 마이너스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