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나아졌다는데 청년 일자리는 아직 '겨울'

2023-09-14 10:40:09 게재

통계청 8월 고용동향 … 청년 취업자는 10.3만명↓

20대 '쉬었음' 인구, 2.8만명↑… 5개월 연속 증가

생산부진 제조업 8개월째, 남성도 2달 연속 감소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명가량 늘면서 5개월 만에 증가폭이 반등했다. 하지만 20대 청년층 취업자는 10개월 연속 크게 줄었다. 제조업·건설업의 고용도 여전히 부진했고, 학업이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쉰' 청년은 전년 대비 늘었다.
8월 취업자 26만8000명 증가 |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8월 고용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15일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23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6만8000명(0.9%)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둔화하다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2867만8000명)와 고용률(63.1%)은 역대 최고를 갱신 중이고, 실업자 수(57만3000명)와 실업률(2.0%)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나 고용상황이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고용지표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통계청은 진단했다.

◆연령별로 보면 들쑥날쑥 = 하지만 연령별로는 고용상황이 차이가 컸다.

60세 이상에서 취업자가 30만4000명 늘었다.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취업자 수가 3만6000명 감소했다는 뜻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에서 10만3000명, 40대에서 6만9000명 줄었다. 청년층은 10개월째, 40대는 14개월째 감소세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 수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20대 후반은 고용률이 나쁘지 않다"며 "20대 초반은 재학 비율이 높아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졌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은 여전했다.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 활동 없이 단순히 쉬고 있는 '쉬었음' 청년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말 그대로 '쉰' 청년은 전년 대비 2만3000명 증가한 4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대 청년의 '쉬었음' 인구도 전년보다 2만8000명 늘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운주 국장은 "구조적으로 시장 자체에서 경력직을 채용하거나, 수시채용을 하게 돼 취업준비를 하면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기회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본인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들에 있는 청년층이 '쉬었음' 인구로 가는 게 아닌가 추측 중"이라고 설명했다.

◆7월 집중호우 기저효과도 영향 = 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해 취업자 증가폭이 감소한 기저효과가 있다. 이달 취업자 증가폭이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나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날씨의 영향이 컸던 건설·농림어업 감소폭이 전달 대비 축소했고, 보건복지·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 흐름이 지속된 반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6만9000명이 감소해 8개월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다. 건설업도 감소폭은 전월(4만3000명)보다 축소했지만 감소세(-1000명)는 이어졌다.

성별로는 여성 취업자가 28만1000명 늘어났지만, 남성 취업자는 1만3000명 줄었다. 남성 취업자 감소는 지난 7월(-3만5000명)에 이어 두 달째다. 남성 취업자 수 감소는 상대적으로 남성 취업자가 많은 제조업·건설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청년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도 내년에는 재정지출을 효율화해 청년 일자리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타 연령 대비 청년층 고용 둔화가 지속되고 있고, 올해 들어 '쉬었음' 등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며 "일자리 테스크포스(TF0를 통해 청년층 고용 상황을 지속 점검하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청년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 지원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필요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등에 따른 중국인 방한 관광객 확대 등으로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용률·실업률의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제조업·건설업의 고용 부진 등은 취업자 수 증가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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