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도 틀렸다지만 한국만 3년째 '깜깜이 세수추계'

2023-09-19 10:43:20 게재

59조 역대급 세수펑크에 기재부 책임론 커져

미국·일본 등은 올해 5~10% 세수예측 빗나가

한국은 올해 15%, 3년째 오차율 10% 웃돌아

예측 모델 비공개 논란 "민간 적극 활용해야"

정부가 올해 세금이 400조5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망이 15%(-59조1000억원)나 빗나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자 세수예측 오차율이다.

더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2021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세수 오차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다 세수추계가 논란이 된 2021년에는 '개혁' 수준의 물갈이 인사까지 거론됐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당 부처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면서 △세제실의 과감한 인사 교류 △세수추계모형 재점검 △조세심의회 신설 △성과평가지표 운영 등 네 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세수추계 오차율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세수 예측을 위해선 '깜깜이 추계'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기용하고 세수추계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수오차율 -14.8% = 19일 기재부에 따르면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 수입이 예산 400조5000억원 대비 59조1000억원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예측됐다. 세수 오차율은 무려 -14.8%다. 세수 결손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13.9%)를 뛰어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선 법인세수가 예산 대비 25조4000억원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 등으로 인한 수출과 기업실적 부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소득세는 17조7000억원 줄었으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양도세 감소(-12조2000억원)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입과 내수부진으로 인해 부가가치세는 9조3000억원, 관세는 3조5000억원 줄었다. 전반적으로 증권거래세(1조 5000억원)와 교육세(5000억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세목에서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정부는 세계잉여금(4조원)과 외평기금 여유재원(24조원), 통상적 불용(지난해 기준 7조9000억원) 등으로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수 감소에 연동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약 23조원 줄면 59조원의 세수펑크를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수예측 실패 되풀이할 건가 = 하지만 3년 연속 두자릿수 세수 예측 실패를 경험하고도 이를 방지할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과 2022년의 세수 오차율은 각각 17.8%와 13.3%였다. 앞서 2년간의 세수 오차는 '예상보다 더 걷힌 것'이어서 예측 실패의 파장이 그나마 작았다. 하지만 올해는 세수가 예상보다 60조원가량 덜 걷히면서 그동안 적립한 기금까지 전용하게 됐다.

이 때문에 기재부 세제실의 세수예측 시스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어떤 모델을 갖고 내년 세수를 예측하는지에 대해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세수추계 모델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깜깜이 세수추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국들도 세수예측 실패했다지만 = 기재부는 "세수예측 실패는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도 코로나19 위기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로 2021~2022년 상당폭 초과 세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도 한국처럼 3년 연속 두자릿수 세수 오차율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올해 미국과 일본도 세수 감소가 나타나겠지만 -5~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세수 추계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수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검증·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1년에 한 차례하고 있는 세수 추계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기재부 세제실 내에 박사 이상 전문 교수급이 참여하는 상시 전망팀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수를 정확히 맞출 수 없는 건 당연하지만 오차를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며 "지금처럼 큰 오차의 세수 추계 오류가 계속난다는 건 심각하게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은 민관 합동 추계위원회를 한다고 해도, 세제실에서 생산이 끝난 자료를 사후 검토하는 식"이라며 "세목별로 최고의 민간 전문가를 기재부 내부에 고용해 지표 변화와 세수 영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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