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전망 "10월부터는 안정세", 가능성 얼마나?

2023-10-06 10:52:02 게재

9월 물가상승률 3.7% … 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

정부, 국제유가 상승에 유류세 추가연장 적극 검토

유가·전기료·밀크플레이션 등 물가인상 압력 산적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또다시 3%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농산물 수확기를 맞는 10월부터 물가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현안 설명하는 추경호 부총리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하지만 변수가 더 많다.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유가의 변동성으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3분기 동결된 전기요금이 4분기에는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들어 크게 인상된 대중교통·상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이 전반적인 물가인상 압력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빠르면 10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물가상승률 4% 육박 = 6일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소비자물가보다 0.1%p 높은 3.8%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하락폭이 지난 8월 -11.0%에서 -4.9%로 둔화했다.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지난 8월 -0.6%p에서 –0.2%p로 감소했다. 국제유가는 두 달 전 배럴당 70달러에서 90달러선을 돌파했다. 연말쯤 100달러까지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7.2% 상승해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격변동이 큰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전년 대비 6.4% 상승했다. 신선과일은 1년 전보다 24.4% 상승해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토마토(30.0%), 고구마(16.4%), 쌀(14.5%) 등이 크게 올랐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개인서비스는 4.2% 오르면서 8월(4.3%)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외식물가도 4.9% 오르면서 21개월 만에 최소 상승폭을 나타냈다.

◆정부 "10월부터는 안정세" = 심상찮은 국제유가 흐름에 정부는 우선 유가 안정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내달부터는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조치를) 추가 2개월 정도 연장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현재 물가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연 한국은행 역시 '10월 안정설'에 힘을 싣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 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망 엇갈리는 국제유가 흐름 = 향후 물가 흐름의 최대변수는 국제유가다.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원유 감산을 연장하면서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면서 80달러선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상승 흐름'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여기에 4분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우유 원유값 인상에 따른 가공식품 인상(밀크플레이션)폭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유 가격이 리터당 88원(8.8%) 인상되면서 우유 소비자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우유를 원료로 쓰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여기에 맥주 가격까지 인상이 예고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할 예정이다.

◆물가인상 압박 더 커진다 = 이달 7일부터 인상되는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물가당국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리스크 요인과 전망의 불안정성' 보고서에서 "한전과 가스공사가 누적된 요금 인상 요인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에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전기요금 인상 여지가 있어 물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환율 역시 물가에는 악재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높여 업계의 생산비 부담을 키우게 된다. 국내 기업들이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물가당국의 '10월 안정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는 셈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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