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사원 56% "조사 중 위협·폭언 당했다"

2023-10-11 10:39:15 게재

37% "성적 수치심 느껴"

조사 중 교통사고, 개인처리

통계조사원 근로실태 조사

김영주 "업무환경 개선해야"

통계청 통계조사원 절반 이상이 조사 중 신체적 위협이나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이상은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말을 듣거나 행동을 당했다. 정부 정책의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통계조사원들의 처우와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통계조사원 709명을 대상으로 '통계조사원 근로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는 한국노총 공공연맹 전국통계청노조의 협조를 얻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46% "사적 연락 받은 적 있어" = 응답자 가운데 56.0%는 '근무 중 대상자로부터 신체적 위협 또는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37.2%는 '근무 중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경험했다'고 했다. 46.0%는 '응답자로부터 사적 연락을 받은 적 있다'고 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통계조사원들은 낯선 가구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한다. 많은 이들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통계조사원들은 조사 중 경험한 위협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신체적 위협, 폭언, 성적 수치심, 사적 연락 등을 경험했을 때 대응'을 묻자 49.9%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직장 내 동료나 가족과 의논했다'는 응답은 15.0%였다. '직장 내 고충상담원이나 관련 부서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0.4%에 그쳤다.

'그냥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응답자와 유대관계 유지를 위해서'가 74.0%로 가장 많았다. 도움·상담을 요청하거나 신고를 한 경우에도 32.6%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로는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게 없음" "대상자 변경 등 대안 없이 계속 조사 유도" 등이 꼽혔다.

◆절반이상은 근무중 사고경험 = 이동이 많은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도 잦은데 사고 처리는 '개인'이 떠안는다. 응답자 54.7%가 '업무 관련 이동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해 치료를 위해 공무상 재해를 신청하는 경우는 4.9%에 그쳤다. '개인 부담'이 69.1%로 가장 많았다.

노동시간과 임금·수당 등 처우도 열악했다. 통계조사원의 55.3%가 주 40시간 이상 초과노동을 하고 있지만, 최근 1년 동안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53.7%에 달했다. 조사원들이 단체협약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 보상은 월 8시간(수당 3시간, 대체휴무 5시간) 뿐이다. 통계조사원의 86.4%가 '기본급·복리후생에 불만족(매우 불만족 47.2%, 불만족 39.2%)'한다고 답했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0%였다.

김영주 의원은 "통계조사원의 처우와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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