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지적한 '위기의 한국' | ③ 저성장 고착화

'상저(상반기 낮은 성장률)' 뒤 '하고(하반기 높은 성장률)'는 언제? … 상반기 0.9%, 하반기 1%대 성장

2023-10-19 11:10:27 게재

국회 예산정책처 올 1.1% 성장 예상 … 내년도 2%대 그쳐

2%성장에서 멈춰 … 세계정세 불안·고금리·고물가 압박

야당 "코로나 속 가계부채 급증 … 성장회복 장애물" 지적

정부가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했던 '상저하고(上底下高)'가 점점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상반기에 낮은 성장률을 보인 것은 확인됐는데 하반기에 오른다는 '하고'는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 강훈식 의원(민주당·충남 아산시을)은 지난해에 기재부 차관으로 일하면서 '상저하고'를 강조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자신하셨는데 지금 그렇게 됐나, 25년 만에 일본 경제성장률에 뒤처지고 미국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따졌다.

정부는 여전히 '상저하고'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상저하고'는 다 아니라는데 기획재정부 장관만 상저하고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은 "기재부가 상반기 보다 하반기에 경기가 풀릴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에 이같은 점이 어긋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 가까운 국세청이 명확한 상황 전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올 상반기 성장률은 0.9%였다. 정부의 올 성장률 예상치 1.4%에 도달하려면 하반기에 1.9% 성장이 나와야 한다. 방 실장은 "(올해 성장률은) 아무리 못해도 1.4% 내외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0.9%였는데 하반기 1.7~1.8%로 두 배 정도 (전망되는) 상황으로, 상저하고라고 정부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선서문 제출하는 추경호 부총리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마친 뒤 국민의힘 소속 김상훈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잠재성장률에 밑돌아 = 우리나라 경제가 이제 2%대 성장률에 만족해야 할 시점에 왔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2.6%에 비해 반토막정도 나도 선방한 것으로 해석될 정도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낮춰 잡았다. 정부와 IMF, 한국은행은 올해 1.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KDI와 OECD는 1.5%를 제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1%를 내놓았다.

이 성장률은 모두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일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가용한 재원을 활용해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대로 알려져 있다.

내년 전망치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는 내년에 2.4% 성장을 예상했다. KDI는 2.3%로 봤고 IMF와 한국은행, OECD는 2.2%로 예상했다. 피치는 2.1%, 예산정책처는 2.0%로 내다봤다. 모두 잠재성장률 안팎 수준이다.

◆앞으로도 밝지 않다 = 외부 충격이 만만치 않다. 고금리, 고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은 세계 힘겨루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중국의 양극체제와 이익중심의 다극체제가 혼재돼 있다. 다양한 분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불안정한 국제정세는 가격을 요동치게 만들고 수입과 수출 비중은 높은 우리나라 경제를 흔들게 마련이다.

민주당 경제특보 홍성국 의원은 "세계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수축사회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수축사회는 수요의 급격한 위축으로 공급우위 세계의 종말을 고하면서 '만인의 투쟁 시대'를 맞게 된다는 전망으로 최근 경제사회적인 화두다. 홍 의원은 "패권전쟁은 세계 모두가 참전해 싸우는 전쟁으로 번져 있다"고 했다.

이어 홍 의원은 전 세계적인 '불황'의 앞에서 한국만이 안고 있는 치명적 특징을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기간 중 한국의 정부부채는 거의 8%p 증가했고 같은 기간 가계부채는 10%, 기업부채는 14%가 늘어나 다른 선진국보다 부채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며 "코로나 위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아닌 민간이 빚을 내 소비하면서 탈출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민간 부채가 많아지면서 지금부터 한국의 회복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질 것"이라며 "신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확장재정'을 요구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 상황이 나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부재한 것은 고스란히 정부의 책임"이라며 "대한민국이 가난해지고 있고 국민의 지갑도 비어가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전환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감에서 지적한 '위기의 한국'"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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