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3조 한은 일시차입금으로 재정 땜질"

2023-10-23 14:15:19 게재

진선미 "한은서 113조 차입, 재정증권 발행액 2.6배"

정부가 세수펑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증권을 발행하는 대신 한국은행 일시차입금을 편법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고금관리법과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대규모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금액과 이자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공표자료를 집계한 결과 올해 9월까지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액은 누적기준으로 44조5000억원이며 한은에 대한 일시차입 금액은 누적 113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집계 내역을 보면 올해를 제외한 지난 9년간 정부의 한국은행에 대한 일시차입금액은 연평균 34조9000억원이었다. 올해 9월까지만 예년 1년치 3.3배의 일시차입이 이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인 올해 9월까지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 규모는 44조5000억원이었다. 지난 9년 누적 평균 발행 규모 27조6000억원 대비 1.6배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운용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고금관리법과 관련 규정을 보면 '정부는 일시적인 부족자금을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일시대출)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발권력 남용 방지를 위해서다. 또 '정부는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 활용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긴급한 경우 일시차입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규정이다.

정부의 한국은행에 대한 단기 차입(일시대출)은 시중 통화량을 늘려 물가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가급적 재정증권 발행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진 의원의 설명이다. 한국은행 일시차입은 또 국채 통계에도 잡히지 않아 정부 재량권으로 남용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대출 금액은 재정증권 발행액보다 2.6배 높고 지난 9년간 평균의 3.3배에 달하는 규모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일시대출이 '기조적 부족자금 조달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정부의 국고 부족 자금 조달에 소요되는 이자비용도 급증했다. 올해 9월까지 정부의 한국은행에 대한 일시차입으로 발생한 이자비용은 1500억원이다. 지난 9년간 연평균 이자비용인 164억7000만원에 비해 9.1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재정증권 발행 이자비용은 올해 9월까지 2747억원 발생하여 지난 9년간 연평균 684억원에서 4.0배 늘어났다.

진 의원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일시차입은 통화량 변동과 물가·금융안정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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