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특별법 연내 처리 위해 노력할 것"

2023-10-27 10:53:15 게재

"안전에 대한 정부 태도 변해야"

29일 열리는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목전에 두고 집중 추모주간 행사로 일손이 바쁜 유가족 사이에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있었다.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힘들어하는 유가족들에게 "절대 혼자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함께 모여 이겨내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이정민 운영위원장이 26일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이곳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한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전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당 내에서 추모대회 참석을 놓고 고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치 상황과 맞물려 기조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가 서울광장을 추모대회 장소로 열어준 것도 변화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게 추모제다. 국민 누구든 공감을 표하고 추모할 수 있다. 여기에 여야가 없다. 이 부분에 공감한다면 당연히 추모대회에 참석해 분향하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 된다. 그래서 대통령실에도 초청장을 전달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여당에 답변을 바라고 있는 사안과는 다른 문제다.

■참사 1주기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태원참사는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참사 발생 전 많은 인파가 모일 것에 대비해 치밀하고 확실한 대응책이 없었다. 역할을 했어야 할 공직자들의 무능력, 무관심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참사 이후 정부 대응은 더 문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가 없었다.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를 전하면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다독여 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오히려 유가족이 정부에 하소연하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해도 철저히 외면했다.

대통령실은 일반 민원처리하듯 우리의 요청을 민원실로 내려보내기도 했다. 국민 마음속에 녹아들지 못하는 정부가 진정한 정부인지 큰 질문을 던져줬다.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펼쳐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어른으로 기성세대로 죄송하고 미안함을 감출 수 없다. 이 젊은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부끄러운 어른들이 되지 않아야 한다.

■유가족이 땅을 기어야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는데.

대한민국의 안전 관련 법들은 모두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일구어낸 것들이다. 국회에서 만들어낸 법안이 아닌데도 일부 정치인들이 착각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에게 "좀 더 세게 해야 뭔가 이루어진다"고 말을 해 분노하게 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주고 행동을 해줘야 한다. 유가족더러 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직무유기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을 계속 요구했는데 처리된 게 없다.

여당이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대하는 것은 특조위 조사기구 설치 때문이다. 문제가 없다면 조사를 해서 밝히고 당당하면 된다. 특조위 조사로 윗선 고위 공직자에게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다. 특수본과 일선 검찰청에선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대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사건을 붙잡아 두고 있다.

민변 변호사들이 23일 진상규명 과제 보고회를 열어 173가지 잘못된 수사와 놓친 것을 제시했다. 이런 미진한 것의 조사를 위해 특별법과 조사위가 꼭 필요하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특별법이 11월 말이면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온다.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연내에 본회의 상정해 가결해 달라 요청할 예정이다.

■시민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일면식 없는 시민들이 다가와 손잡고 안아주면서 "힘내시라. 함께하겠다" 말해줄 때 큰 위로와 위안이 됐다. 그 마음들이 있었기에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그런 연대가 없었다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추모대회가 끝나면 바로 특별법 통과 문제가 남는다. 여기에 대한 노력도 또 하게 될 거다. 특별법이 통과돼 굴러가면 조사위가 꾸려지고 자료 제출하고 또 다른 반대들이 있겠지만 그때도 또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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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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